영국 런던 외곽의 킹스턴시는 지난달 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22세 청년을 카운슬러(지방의회 의원)로 뽑았다. 역대 최연소다. 일본도 44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40대와 50대 비중이 절반(22개)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젊은 정치 신인의 도전이 줄면서 지방선거 후보자의 연령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서울 서계동 용산선거관리위원회에서 3일 관계자들이 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서울 서계동 용산선거관리위원회에서 3일 관계자들이 투표용지를 검수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3일 한국경제신문과 인천대(이준한 정치외교학과 교수팀)의 공동조사 결과 ‘6·1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후보 중 40대는 72명으로 전체의 9.5%에 불과했다. 50대(44.1%)와 60대(40.2%)가 전체의 8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2014년 선거 때만 해도 40대 후보가 100명(14.4%)에 달했다. 여성 후보자도 36명(4.7%)으로 2014년보다 줄면서 5%를 밑돌았다. 각 정당이 여성 입후보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갖은 유인책을 썼음에도 2014년 선거 때보다 오히려 줄었다.

전문가들은 올해로 지방선거가 일곱 번째 치러지지만 갈수록 새로운 ‘인재’가 정치권으로 유입되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서 기존 정치꾼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역 서울시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후보 이후로 시민운동가 출신은 기초단체장에조차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기업인 출신도 2014년에는 30명에 달했지만 이번에는 9명으로 씨가 말랐다. 일본에선 광역자치단체장 중 3명(야마가타현, 시가현, 오카야마현)이 기업인 출신이다.

이준한 교수는 이 같은 현상을 ‘야망 이론’으로 설명했다. 정치인이 야망을 품고 항상 더 높은 단계의 공직선거에 도전하려 한다는 습성을 설명한 이론이다. 기초단위에서 광역단위로, 광역단위에서 국회로, 또 국회의원은 광역단체장에 도전하려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직 진출자의 출신이 전문가 그룹으로 다양해지지 못하고 정치권 틀 안에서 인재풀이 도는 ‘그들만의 리그’가 고착화되면서 정책 경쟁도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시의원이나 도의원을 하다가 더욱 큰 ‘중앙 무대’로 옮기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지방선거가 정치인 양성을 위한 중요한 경로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 신인의 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은 ‘자금’이다. 영국에선 선거에 출마한 후보의 자금을 정당이 지원해주는 데 비해 한국은 이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당비, 공천심사비, 선거 기탁금, 선거활동비용 등 첫 선거의 관문을 넘는 데 적어도 수천만원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에 재력이 없는 사람은 엄두도 못 낸다”고 말했다.

정당이란 ‘빽(배경)’ 없이는 선거에 나가기 어렵다는 것도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당 지도부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하향식 공천이 자주 이뤄지다 보니 정치 신인들은 주로 정당에 입당해 경력을 쌓아야 한다. 일본만 해도 지방선거 출마자 대부분이 무소속이다. 44개 광역자치단체장 중 정당에 소속된 이는 오사카부의 마쓰이 이치로(오사카유신회)가 유일하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일본은 공천이 아니라 추천이라는 제도로 지방선거 출마자를 결정한다”며 “각 정당은 지역 후보자를 추천만 할 뿐 개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박동휘/런던=박종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