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러시아와 경협 희망…러시아,남·북·러 철도연결에 큰 관심
연내 정상회담 약속한 北-러시아 관계 현주소… 경제협력에 치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내 정상회담 개최를 약속하면서 양국 관계에 관심에 쏠린다.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 체제 이후 지금까지 북러 정상회담이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만 봐도 정치·외교·군사 방면에서 양국 관계가 긴밀하지는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올해로 수교 70주년을 맞는 북러 양국은 구소련 시절을 포함해 정치·외교·군사 분야 협력에 방점을 뒀다면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경제협력에 치중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북한이 최근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개혁개방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는 가운데 북러 관계에도 변화의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에서 세력싸움을 하는 형국에 러시아 역시 영향력 확대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어 보인다.

푸틴 대통령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연내 정상회담 개최 합의를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러시아는 적어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중국과는 달리 입지가 좁은 점을 고려한 듯, 그보다는 남북한을 잇는 경제 프로젝트에 치중하는 모양새다.

푸틴 대통령은 친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노력을 평가하고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경협을 강조하고 있어 주목된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판문점 선언을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그 이행을 다방면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판문점 선언에 남북러 철도 프로젝트도 언급돼 있음을 상기시켰다고 러시아 외무부는 밝혔다.

4월 27일 남북 정상이 공동 서명한 판문점 선언에 남과 북은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를 연결해 활용하기 위한 대책들을 취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됐고, 이는 러시아 시베리아 철도로 연결할 수 있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동해선이 북한의 나진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되면 이는 러시아, 몽골,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이어지는 교통·물류의 중심축으로 부상할 수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27 남북 정상회담 직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러시아의 철도·가스·전력 등이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로 연결될 경우 한반도의 안정과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며 남·북·러 3각 협력사업에 대한 관심을 표시했다.
연내 정상회담 약속한 北-러시아 관계 현주소… 경제협력에 치중
북한 역시 김정은 체제 들어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비롯해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고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북한 나진과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을 잇는 54㎞ 구간 철도와 나진항을 러시아산 수출품의 해외 운송 등에 이용하려는 복합물류사업이다.

러시아는 최근 나진-하산 구간 철도를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고, 해당 철도를 이용해 시베리아산 석탄을 나진항으로 운송해 중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여객선을 타고 북한 나선시를 방문하는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관광 분야의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북한은 정권 수립 직후인 1948년 10월 12일 구소련과 수교한 뒤 1991년 탄생한 러시아와 외교관계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러시아의 체제 전환으로 잠시 서먹해진 북러 관계는 2000년 7월 평양에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으로 회복됐다.

김정일 위원장은 그 이듬해 8월 러시아를 찾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 직전인 2011년 8월 시베리아 도시 울란우데를 찾아 당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한 바 있다.
연내 정상회담 약속한 北-러시아 관계 현주소… 경제협력에 치중
김정은 위원장도 2014년 11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을 특사 자격으로 러시아에 보내 푸틴 대통령에게 친서를 전달하며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여왔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의 교통과 인프라는 초창기 구소련의 지원으로 건설돼 소련 체제로 운영됐고, 북한 기술자 중에도 러시아 유학생이 많다"라며 "북한의 인프라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러시아는 교통·물류 분야의 협력에 무엇보다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북한의 투자환경이 훨씬 좋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투자와 경제협력은 빠른 속도로 진척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