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주둔지였던 카펠라호텔과 유력하게 거론
북미정상회담 장소 거론 샹그릴라호텔 '철통경비'
북미정상회담의 유력한 개최 장소로 지목된 싱가포르의 샹그릴라호텔 외곽에선 1일 경찰 특공대가 이중삼중으로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이 호텔에서는 이날부터 사흘간 제17차 아시아안보회의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40여 개국의 국방장관 또는 군 고위관계자, 안보전문가들이 지역 안보와 평화 방안을 모색한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매년 개최되는 이 회의에 경찰이 외곽 경비를 해왔으나, 올해는 그 수준이 더욱 강화됐다고 호텔관계자 등이 전했다.

북미정상회담의 유력한 장소로 지목되는 이 호텔에 전 세계 미디어의 이목이 쏠리면서 경찰도 테러 등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이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기의 담판'을 벌일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주싱가포르 한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호텔 관계자들은 북미정상회담이 샹그릴라호텔에서 열리는지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한다"면서 "일부 객실은 예약을 받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의 외곽 경비 수준으로만 보면 '중요한 이벤트'가 열릴 분위기가 느껴진다.

오차드 거리와 탕린거리의 교차점에서 시작되는 오렌지 글로브 거리를 800여m가량 따라가면 샹그릴라호텔이 나온다.

오차드 거리는 매년 10~12월 밤을 크리스마스트리 등으로 화려하게 장식해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오렌지 글로브 거리를 중심으로 호텔로 진입하는 세 곳의 소도로는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쳐 차량은 일체 통과하지 못한다.

세 곳을 차단해도 싱가포르 시내 전체 차량 흐름에는 지장을 주지 않아 경호에 유리한 이점이 있다고 현지의 한 교민은 설명했다.

20년 넘게 싱가포르에 거주하면서 영주권을 취득했다는 이 교민은 "샹그릴라 호텔은 교통 통제가 쉽고, 호텔이 대로변에 있지 않아 교통을 통제해도 큰 불편함은 없을 것"이라며 "이 호텔에서는 중국 시진핑 등 워낙 중요한 인물들이 회담을 많이 해 교민들도 샹그릴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겠느냐고 본다"고 전했다.

실제 샹그릴라호텔에서는 2015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당시 대만 총통의 첫 양안(兩岸) 정상회담이 열렸고, 안보관련 국제회의가 자주 개최되고 있다.

경호와 경비에 대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북미정상회담 장소 거론 샹그릴라호텔 '철통경비'
교민들은 또 싱가포르 남부 센토사 섬에 있는 카펠라호텔도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지목하고 있다.

싱가포르 본섬과 센토사 섬을 연결하는 다리 하나를 지나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 호텔이 나온다.

다리를 차단하면 외부인 출입을 거의 봉쇄할 수 있다.

과거 영국군이 주둔하던 캠프에 리조트형의 6성급 호텔을 지었다.

센토사 섬은 전체가 영국군 주둔지였다.

일부 건물은 당시 영국군 막사를 그대로 보존해 호텔로 아름답게 꾸며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근처에는 골프장도 있다.

싱가포르는 1832년부터 영국의 식민지였고, 1942년부터 1945년까지는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이후 다시 영국 식민지로 환원됐다가 1959년 영연방 자치정부를 설립하는 등의 아픈 역사가 있다.

센토사 섬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꼽혀 섬의 출입을 차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반응도 나왔다.

센토사 섬에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실로소 비치, 언더 워터 월드, 비보시티 등 볼거리가 많다.

한 교민은 "유명한 관광지를 통째로 봉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센토사 섬으로 연결되는 다리만 막으면 되기 때문에 경호, 경비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카펠라호텔에 들어가려면 방 번호와 키 등을 일일이 확인받아야 하기 때문에 외부인들의 호텔 출입은 어렵다고 이 교민은 덧붙였다.

대사관 측 관계자는 "싱가포르 언론 매체에 매일 1~2꼭지의 북미회담 기사가 나오는 등 현지 반응도 달아오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지에서는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면 싱가포르 시내 '선텍시티' 건물에 프레스센터가 꾸며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1만5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건물은 국제컨벤션센터 등 대규모 회의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