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방' 극적효과 노렸나…북미정상회담 성사 '분위기' 조성
軍·정보수장 출신 김영철 이틀째 '묵언' 주목…경호요원 대동 눈길
폼페이오, 철통경호에 각별한 '손님 대우'…회담소식 '트윗 생중계'
"짚을건 다 짚었다" 140분간 '압축 담판'… 워싱턴行 '깜짝 반전'
북미 정상회담 최종 조율을 위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31일(현지시간) '뉴욕회담'이 북미관계의 또 다른 극적 반전을 이뤄냈다.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만 머물지 않고 수도인 워싱턴D.C.를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휴대한 것으로 알려진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방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 북미관계에 미치는 정치외교적 함의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김 부위원장은 2000년 10월 조명록 당시 국방위 제1부위원장 겸 군총정치국장(인민군 차수)의 워싱턴DC 방문 이후 18년 만에 미국을 방문하는 북측 최고위급 인사로 기록된 데 이어 백악관 방문 역시 같은 기록을 세우게 됐다.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뉴욕회담이 시작된 즈음에 기자들에게 "그들(북한 대표단)이 금요일(1일) 아마 내가 기대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해 워싱턴DC로 올 것"이라고 알리면서 공개됐다.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회담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김 부위원장이 친서 전달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일단 미국이 독자제재 대상에 오른 김 부위원장의 백악관 행을 허용한 것 자체가 정상회담을 향한 양국의 다층적 접촉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다만 김 부위원장이 처음부터 워싱턴으로 가지 않고 뉴욕땅을 밟았다가 결국 워싱턴으로 이동하는데에는 모종의 배경이 깔려있을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국 측이 뉴욕회담에서 북측의 비핵화에 대한 신호를 확인한 후 '선물'을 줬거나 북측의 과감한 비핵화 결단을 유도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 또는 극적 반전 효과를 노린 계산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부위원장 일행은 사실상의 '1박 2일' 뉴욕 방문을 마치고 이날 또는 6월 1일 워싱턴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위원장을 수행 중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국장대행은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행 일정에 대해 취재진에게 "보면 알겠죠"라며 답변을 했다.

그는 회담에 대해서도 "다 들었잖아요"라고 대답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과 김 부위원장의 이날 회담은 '담판'이라는 표현이 어색할 만큼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는게 주변의 평가다.

폼페이오 장관이 트위터에 공개한 회담 사진에서는 전날 만찬과 마찬가지로 김 부위원장과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만 이날 회담은 오전 9시 5분께부터 시작해 오전 11시 25분까지 2시간 20분 만에 종료돼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미국 언론의 관측이 나왔다.

AP통신은 당초 오후 1시30분에 종료되는 것으로 예정돼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일찍 회담을 끝내지 않았다"며 "우리는 서로 다루고자 하는 일련의 의제들이 있었는데, 모두 다뤘다"고 설명했다.

회담에서 짚어야할 내용은 모두 짚었다는 의미다.

폼페이오 장관도 "회담이 좋은 진전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많은 일이 남아있다"며 추가 조율이 필요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북한 쪽 인사들은 여전히 회담 진행상황에 대해 계속 입을 닫았다.

뉴욕방문 이틀째에 들어간 김 부위원장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숙소나 회담장에 진을 친 취재진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방미 기간 북측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김 부위원장이 언제든 언론을 향해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군과 정보기관 수장 출신으로서 정통적인 외교관과는 행보가 다르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낮 11시 25분께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담이 끝난 뒤 숙소인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로 돌아갔다.

북미 정상회담의 엄중한 정세를 반영한 듯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전날 만찬장과 회담장을 오가는 것 빼고는 동선과 일정을 최소화하는 모양새다.

김 부위원장은 특히 방미 수행원 가운데 2명 정도의 경호 요원도 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위원장의 이동시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건장한 요원들이 김 부위원장을 호위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복심'이자 '오른팔'로 불리는 김 부위원장의 위상을 말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짚을건 다 짚었다" 140분간 '압축 담판'… 워싱턴行 '깜짝 반전'
김 부위원장에 대한 미측의 각별한 예우도 눈길을 끌었다.

미 국무부는 전날 뉴욕 JFK 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직접 김 부위원장을 에스코트했고, 김 부위원장의 숙소와 회담장 주변에는 연이틀 국무부 직원과 뉴욕 경찰(NYPD)이 삼엄한 경호를 펼쳤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첫날 만찬과 이틀째 회담 모두 10~15분가량 먼저 도착했다가, 행사 종료 이후에는 뒤늦게 출발하는 방식으로 '손님'인 김 부위원장에 대한 배려를 나타냈다.

김 부위원장의 회담 파트너인 폼페이오 장관의 트위터 계정은 회담 소식을 중계했다.

김 부위원장과 웃으며 악수하고, 북미 협상단이 테이블에서 논의하는 장면들을 잇달아 사진으로 올리면서 "북한 대표단을 맞이하게 돼 기쁘다.

회담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회담을 마친 이후에도 트위터를 통해 "북한 팀과 실질적인 회담을 했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지도자 간에 열릴 정상회담을 위한 우선 사항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 만찬 직후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김영철(부위원장)과 오늘 밤 뉴욕에서 훌륭한 실무 만찬을 가졌다"며 스테이크와 콘(옥수수), 치즈가 메뉴로 나왔다고 전하기도 했다.
"짚을건 다 짚었다" 140분간 '압축 담판'… 워싱턴行 '깜짝 반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