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 정상회의가 미·북 정상회담을 사흘 앞둔 다음달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릴 것이라고 홍콩 동방일보가 3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홍콩 인권운동 시민단체인 중국인권민운정보센터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동방일보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경제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다음달 6~9일 칭다오에서 열리는 것을 계기로 3자 정상회의를 할 예정이다. SCO 정상회의에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이란 대통령 등이 참석한다.

중국 동북지역의 경제 중심지이자 휴양지인 칭다오는 서해에 접한 산둥반도에 있어 북한과 지리적으로 가깝다. 김정은이 이달 초 방문한 다롄과도 멀지 않다. 동방일보 보도가 맞다면 김정은은 지난 3월25∼28일 베이징, 이달 7∼8일 다롄에 이어 두 달 사이 세 차례 중국을 방문하게 된다. 동방일보는 “칭다오와 다롄의 치안이 대폭 강화된 것으로 안다”는 소식통의 발언도 소개했다.

3자 정상회의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은 미·북 정상회담을 둘러싸고 북한, 중국,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은 중국과 러시아를 우군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가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협상에서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체제 보장 및 경제 지원을 맞바꾸는 협상 과정에서 소외되는 ‘차이나 패싱’ 우려를 불식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2차 남북한 정상회담 개최 및 미·북 정상회담 재개와 관련해 중국 정부 역할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으로 서방의 반발을 사고 있는 러시아는 3자 정상회의를 발판으로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나름의 목소리를 내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