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년 맞은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소외된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힘쓸 것"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사진)은 30일 서울 소월로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성 독립운동가 발굴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피 처장은 “내년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데 이때에 맞춰 대대적으로 포상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소외됐던 여성 독립운동가와 의병활동을 한 유공자를 중점적으로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성 독립운동가는 대외활동에 제약이 있고 관련 기록도 많이 남아 있지 않아 국가 유공자로 인정받기 힘들었다. 보훈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기나 일기도 유공자 선정 근거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유공자 심사기준을 재정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훈처는 유공자들의 간병비 제한도 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문제는 작년 8월 강원 철원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 사고로 전신 화상을 입은 이찬호 병장 사연이 알려지면서 공론화됐다. 이 병장은 지난 24일 전역해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피 처장은 “실무 검토 결과 이 병장이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최대한 빨리 유공자로 확정되도록 해 불편을 덜어드리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간병비 지원액이 하루 6만7140원으로 묶여 있는 문제도 개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로 인한 고민도 털어놨다. 피 처장은 “시대 변화에 따라 국가유공자도 다양한 스펙트럼에 걸쳐 포진해 있다”며 “남북 정상이 만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공자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 것인가도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약산 김원봉 선생처럼 항일 운동을 했더라도 분단 후 월북한 인물을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훈처는 전반적인 유공자 선정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피 처장은 취임 후 1년간 ‘따뜻한 보훈’을 실천하는 데 노력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작년 5월에 취임해 1년간 따뜻한 보훈 기치를 내걸고 현장과 사람 중심으로 핵심과제를 발굴하면서 숨가쁘게 달려왔다”며 “국가유공자를 예우해주는 분위기가 곳곳에 퍼져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보훈처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이 넘었는데 나라를 지키고 되찾는데 노력한 분들이 국민들에게 존경받게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피 처장은 보훈 정책의 중심이 국민 눈높이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앞으로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보훈정책을 펼치도록 잘 살피겠다”며 “호국 보훈의 달인 6월을 맞아 순국선열의 숭고한 정신을 높이 기리고 다양한 추모 사업을 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