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핵·안보 전문가 상당수는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로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국제방송인 미국의소리(VOA)가 29일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북 협상을 통해 북한 핵을 폐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대다수 미국 전문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천에 옮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VOA에 따르면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WMD) 조정관은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성명 외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은은 경제 지원을 대가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과 핵물질 생산에 대한 추가 제한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북한이 비핵화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며 “김정은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할 어떤 의도도 없다”고 했다.

제임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은 “북한은 핵무기를 가방에 넣어서 완전히 보내는 방식으로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은 북한에 대한 추가 경제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북한은 핵시설을 계속 폐기해 나가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고 했다.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합의하더라도 결국 약속을 어길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았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부원장은 “시간이 흘러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 단계가 되면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변명거리를 찾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은 1992년 남북 비핵화 선언에서 핵무기 보유와 개발, 사용 등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모든 약속을 어겼다”며 “역사를 돌아봤을 때 북한은 약속을 이행하려는 책임감이 없다”고 비판했다.

하워드 스토퍼 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테러위원회 부국장은 “북한이 비핵화 외에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한다면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성윤 터프츠대 외교전문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이번 회담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 인정”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