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29일까지 사흘간 미·북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하는 실무 협상이 이뤄지는 가운데 협상단 대표의 면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세기의 핵 담판’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미국 협상 대표인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왼쪽)는 국무부에서 거의 유일한 대북통이다. 1970년대 중반 부친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김 대사는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한 뒤 로욜라 로스쿨과 런던 정경대에서 법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로스앤젤레스에서 검사로 일하다 1988년 외교관으로 이직했다. 2002~2006년 주한 미 대사관에서 정무참사관, 2006년부터 2008년까지는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는 6자회담 특사로 기용됐고, 2014년 10월에는 북한 핵 문제를 총괄하는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한·일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에 임명됐다.

김 대사는 2016년 11월부터 주필리핀 미국대사로 일하다 이번에 전공인 북핵분야로 돌아왔다. 오바마 행정부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 때도 중용돼 북한을 다룰 베테랑 외교관으로 입지를 굳혔다는 평가다. 미국 대표단에는 앨리슨 후커 백악관 한반도 보좌관과 랜달 슈라이버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이 포함됐다.

김 대사를 상대하는 북한 협상 대표는 최선희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차관)이다. 지난 24일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아둔한 얼뜨기” 등으로 비난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결정하는 데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다. 회담을 위험에 빠뜨려 한때 좌천 혹은 근신 조치됐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번에 실무협상 대표로 나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최 부상은 이용호 외무상, 김계관 제1부상 등과 함께 북한 내 대미 외교의 전문가로 꼽힌다. 1990년대 말부터 주요 협상에서 통역을 전담해왔고 2011년부터 북아메리카국 국장을 거쳐 지난 3월 부상으로 승진했다. 이번 판문점 협상에서는 또 최강일 북한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이 참석, 최 부상을 보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의 ‘최-최’ 라인에 맞서 미국엔 같은 한국계 미국인인 ‘김-김’이 협상을 책임지고 있다. 성 김 대사가 외교라인에서 사전 조율 협상을 맡았다면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임무센터 센터장은 정보라인에서 막후 물밑 협상을 지휘하고 있다. 지난 9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정은의 회담장에 배석해 미·북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