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최대 연 5%인 민간 임대주택 임대료 인상률을 연평균 2.5% 수준 이하로 묶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에 합의했다. 임대사업자가 임대료를 과다하게 올렸다고 판단될 경우 이를 지방자치단체가 거부할 수 있는 ‘수리거부권’도 담겼다. 임대료 상승 제한 대상엔 민간 임대주택사업자인 부영 등 중·대형 건설 사업자 외에 주택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 개인들도 포함돼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국회 국토위에 따르면 여야는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 국토위 국토법안 심사소위와 상임위원회에서 지난 25일 수정, 의결했다. 국토위 의원들은 이날 소위에서 현재 최대 연 5%까지 올릴 수 있는 민간 임대주택 임대료를 임대계약 갱신 시 최대 5%로 올리는 데 합의했다. 보통 임대주택 계약 기간은 2~3년이므로 현 수준의 절반(최대 2.5%)이나 그 이하로 줄어들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정 의원은 “국토교통부와 지속적으로 상의해 대통령령 개정 등으로 민간 임대주택 사업자들이 계약기간을 1년 이하로 줄이는 편법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임대주택 임대료 상한폭을 낮추는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엔 민간 임대주택 임대료를 한국감정원이 주기적으로 발표하는 전세가격지수에 연동하는 방안도 담았다.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거나 하락세인데도 임대주택 사업자가 임대료를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임대료가 지나치게 오를 경우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현행 제도에선 임대사업자는 임대료를 올렸을 때 지자체에 신고만 하면 된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지자체가 임대료 인상의 적절성을 판단해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개정안은 이밖에 임차인이 계약 기간 이후에라도 임대료가 과도하게 올랐다고 판단할 경우 임대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임대료 상승 논란은 작년 9월 민간 임대아파트를 운영하는 건설사인 부영과 전주시가 갈등을 빚으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영이 임대료를 5% 올리겠다고 하자 전주시가 인상률을 2%대로 내리지 않으면 고발 조치와 함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며 대립한 것이다. 부영이 인상률을 3.8%로 낮추는 것으로 결론이 나긴 했지만 전주시를 지역구로 둔 정동영 의원은 아예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민간임대주택 특별법 개정안 대상에 대형 건설사뿐 아니라 정부의 임대사업자 등록 활성화 방안 발표 이후 임대사업자로 전환한 개인들까지 포함시키면서 ‘꼼수 임대료 인상 제한’ 논란이 불거지게 됐다. 정부가 임대사업 자 등록을 적극 장려하면서 “연 5% 이내에서 임대료 인상이 가능하다”고 설명한 뒤 곧바로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추후에 대통령령을 통해 개정안 적용 대상을 대형 건설사로 제한할 계획”이라며 “다주택자인 개인 임대사업자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 심사 과정에서 법 적용 대상을 정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졸속 입법’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취지엔 공감하면서도 자칫 부정적인 풍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개입해 임대료 인상률을 묶어 놓으면 민간 임대주택의 사업성 자체가 낮아져 건설사들이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적 임대주택을 연간 17만 가구 공급하고, 이 중 4만 가구를 민간 참여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부영은 임대주택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