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사흘 만에 남북 정상 대좌… 중심에 선 문대통령 "북미 핫라인 구축 필요"
교착국면서 文 '북미정상 직접소통' 주문… 트럼프, 金에 서신·金 위임담화 발표
[남북정상회담] 남북미 3각 소통 新정상외교 지평 열었다
무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6·12 북미정상회담이 기사회생 흐름을 보인 과정에서 관련국 정상 간 소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무진 간 협의를 거쳐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세리머니 형식의 정상 간 기존 소통 방식이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남북미 간 협의 과정에선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즉, 현안의 긴급성과 당사국의 해결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정상들이 직접 이견을 조율하고 교착국면을 타개하는 등 정상외교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중심에는 '중재자'이자 '협상가'로 굳어져 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정착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이에 대한 미국의 대북 체제보장과 경제협력을 큰 틀로 하고 있다.

그러나 비핵화 여정은 전인미답의 험로이기에 핵심 당사자인 북미 간 협상은 난항을 거듭해 왔던 게 사실이다.

특히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북미 간 협상이 교착국면에 들어서자 북한이 고강도의 대남·대미 비난 메시지를 들고나오고,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4일 거의 성사 직전 단계였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멤버들을 관저로 불러모아 회의한 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진심은 변하지 않았다"며 "정상 간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로 해결해 가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북미 정상 간 직접소통을 통해 현 국면을 헤쳐나가자는 주문이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북한은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다'는 내용의 담화를 냈다.

게다가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해 '트럼프 방식에 기대하기도 했다'고 언급하면서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사를 더욱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른바 벼랑 끝 전술로 널리 알려진 북한 정권의 과거 태도를 떠올린다면 유례없이 신중하고도 낮은 자세를 보인 거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이러한 긍정적 발표에 상응하여 곧장 회담 재추진 의사를 천명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취소 발표가 김 위원장을 향한 서신 형식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미 정상이 처음으로 직접소통을 한 셈으로도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미 정상이 자신의 의사를 서로에게 직접 보여주면서 벼랑 끝에 섰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은 다시 추진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정상 간 대화 촉구' 메시지가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상 간 파격 소통은 문 대통령의 북미를 상대로 한 정상외교를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북미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징검다리로 4·27 남북정상회담을 했던 문 대통령은 워싱턴까지 직접 날아가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진심'을 설명하고 북미 간 심상찮은 기류를 누그러뜨리는 데 주력했다.

그로부터 불과 사흘 만인 전날 김 위원장과 두 번째 판문점 대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며 북미회담은 물론 그 후 남북미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치까지 끌어 올렸다.

문 대통령은 그러고선, 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했다.

물론 한미 또는 남북 간 정상회담 결과나 각국 정상의 의중을 하위단계에서 전달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긴 하지만 메시지가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전달되려면 정상 간 소통만 한 게 없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미 김 위원장과 '핫라인'을 구축한 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 사이에도 핫라인을 구축할 필요성을 거론했다.

남북 간에는 정상을 포함한 각급 핫라인이 구축돼 있기에 오해와 불통에서 비롯된 긴장 고조 국면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태를 전환할 수 있었다는 게 문 대통령의 판단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북미 정상 간 가교역을 충실히 한 것으로 평가되는 5·26 남북정상회담도 '서훈-김영철 라인'의 소통 과정에서 성사될 수 있었다.

북미 정상 간 핫라인이 설치되면 향후 얼마나 시간이 소요될지 모를 비핵화 과정에서의 돌발상황에 완충장치로서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