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6일 극비리에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고 북미정상회담 의지를 공식적으로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에서 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 이행의 의지를 다지며 고위급회담 개최 일정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최근 주춤했던 남북대화 및 북미정상회담 재개가 상당한 동력을 얻게 됐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했다"며 "이를 위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다음달 1일 열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 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연이어 갖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깜짝 정상회담에 이어진 질문 세례 (사진=연합뉴스)
깜짝 정상회담에 이어진 질문 세례 (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발표에 앞서 북한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도 보도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북남 수뇌분들께서는 북남 고위급회담을 오는 6월 1일에 개최하며 연이어 군사당국자 회담, 적십자 회담을 비롯한 부문별 회담들도 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데 대한 문제들을 합의하시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또 "김정은 동지께서와 문재인 대통령은 온 겨레의 한결같은 열망이 담긴 판문점 선언이 하루빨리 이행되도록 쌍방이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며 공동으로 노력해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하시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가진 첫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개선 등과 관련해 다양한 합의를 담은 '판문점 선언'을 도출했지만, 이행방안을 논의할 후속 회담은 아직 갖지 못했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 이행의 큰 틀의 방향을 논의할 고위급회담을 16일 개최하기로 합의하기도 했지만, 당일 새벽 한미 공중연합훈련 등을 문제 삼은 북한의 일방적 연기 통보로 무산돼버렸다.

하루 뒤인 17일에는 북측 고위급회담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단장이 '남측과 마주 앉는 일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전격 취소까지 이어지면서 남북 간 대화에 짙은 먹구름이 끼는 분위기였다.

청와대가 앞서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현장 영상에서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약속이행 등에 대한 얘기가 오갔고 김 위원장은 "우리가 대활약을 한 번 하자. 마음이 가까워지는 과정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북쪽을 찾아오셨는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4·27(남북정상회담) 때도 명장면 중 하나가 (문 대통령이) 10초 동안 (판문점 북측으로) 깜짝 넘어오는 것이었다"고도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4·27 정상회담 이후) 한 달이 지났다"며 "앞으로 남북관계를 잘 살려 나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 평화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북미정상회담이 꼭 열리도록 하자"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 회담의 물꼬를 다시 연 남북은 오는 6월 1일 남북고위급회담을 열 예정이다.

당초 16일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북 측이 한미연합훈련을 이유로 거부해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