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위임' 담화발표 같은 날 '남북정상회담 열자' 제의
김정은,한미정상회담 내용듣고 북미정상회담 의지 다시 밝혀
[남북정상회담] 김정은, 先회담제의 배경…'美에 유화메시지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5일 남측에 먼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며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와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과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오전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그제(25일) 오후,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고, 저는 흔쾌히 수락하였습니다"라고 밝혔다.

25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날 밤늦게 북미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한 지 약 9시간 만에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담화'라며 미국에 다시 회담을 하자고 유화적 입장을 밝힌 날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날 오전 김계관 제1부상을 통해 대미 반발 입장을 접고 대화 메시지를 밝히는 한편 그 연장선에서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서둘러 2차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태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서한으로 촉발된 북미정상회담 '무산' 분위기를 서둘러 진화하겠다는 강력한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로 미뤄볼 때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와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오전 2차 남북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이 다음 달 12일에 열린다고 처음 공개하고 김 위원장이 "조미관계 개선과 조선반도의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하여 앞으로도 적극 협력해나가자"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공고한 만큼 한국 정부를 통해 미국에 '진정성 있는' 대화 메시지를 발신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어제(26일)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서 논의된 내용을 아시는 바와 같이 이미 미국측에 전달했단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회담 당일 신속하게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미국측에 전달한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김정은, 先회담제의 배경…'美에 유화메시지용'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구체적으로 듣고 향후 험난한 비핵화 노정과 북미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싶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에 있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결단하고 실천할 경우,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과 경제협력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한미정상회담 종료 며칠만에 문 대통령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직접 들은 셈이다.

김 위원장이 강원도 원산에 머물러 있던 25일 오후 항공편으로 서둘러 평양으로 귀환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남측의 국가정보원과 북측 노동당 통일전선부 간 핫라인을 통해 북미정상회담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던 와중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 듣고 싶다는 뜻을 전달하면서 2차 정상회담이 결정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의 불안한 정세 속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자 역할'이 확인된 셈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이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면서 북미 정상간 간접대화를 만들어낸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북미정상회담과 비핵화 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직접 듣고 싶었을 것이며 남측을 통해 자신들의 비핵화 의지를 좀 더 확실히 밝히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