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장 12년 만에 폐기
2·3·4번 갱도 공개 후 폭파
"회담 취소에 北 관계자 동요"
< 핵실험장 폭파 > 북한은 지난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 시설을 폭파하는 순간, 목조 건물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핵실험장 폭파 > 북한은 지난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위한 폭파 작업을 했다. 풍계리 핵실험 관리 지휘소 시설을 폭파하는 순간, 목조 건물들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06년부터 12년간 여섯 차례의 북한 핵 실험이 이뤄진 풍계리 핵실험장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미국이 지난 24일 핵실험장 폐기식이 끝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미·북 정상회담을 전격 취소하면서 북한의 첫 비핵화 조치도 빛이 바랬다.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들은 기자단과 북한 관계자들도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은 이날 한국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5개국 기자단이 참관한 가운데 진행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에서 2, 3, 4번 갱도의 입구와 내부 일부를 공개했다. 강경호 북한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은 기자단에 사전 브리핑을 하고 함께 갱도 답사를 한 뒤 폐기식을 열었다.

폐기식은 다섯 차례의 핵실험이 이뤄진 폭 2m, 세로 2.5m 규모의 2번 갱도부터 시작됐다. 갱도 입구에서 2m 정도 지점에 폭약이 설치돼 있었다. 폭파가 진행되자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갱도 입구의 흙과 부서진 바위가 쏟아져 내리면서 갱도 입구를 완전히 막았다. 오후에 진행된 3, 4번 갱도 폭파도 같은 방식이었다.

북측은 폐기식을 마친 뒤 성공적이었다며 자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단이 “100% 투명하다는 건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묻자 북측 관계자는 “밖에서 폭파되고 안에서 분출하지 않았나. 안과 밖 두 번에 나눠서 터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행사가 전문가 없이 열리면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풍계리 일대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됐다는 주장을 의식하듯 방사능이 없다며 기자단을 안심시켰다. 기자단이 군 막사 처마에서 제비집을 발견하고 제비가 방사능에 민감하다는 말을 건네자 북한 관계자는 “그만큼 방사능이 없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 기자는 기자단에 개울물을 마셔보라고 권하며 “방사능 오염은 없다”고 했다. 북한은 이번에 기자단의 방사능 측정기 반입을 불허해 현장에서 방사능 측정은 할 수 없었다.

기자단과 함께 이동한 북한 관계자들은 미·북 회담 취소 소식이 전해지자 웅성거리며 동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기자단이 취재를 마친 뒤 25일 원산으로 돌아와 노트북으로 미·북 회담 취소 관련 기사를 보자 북측 관계자들도 함께 읽었다. 한국 기자가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한반도에 전쟁이 없으면 좋겠다’고 하자 북측 관계자는 “호텔로 돌아가면 그간 진행된 상황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기자단은 26일 귀국할 예정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행사 진행 과정을 보도하며 “핵실험장 폐기는 세계 건설에 적극 이바지하려는 공화국 정부의 확고부동한 평화 애호적 입장의 뚜렷한 표시”라고 강조했다.

김채연 기자/공동기자단 why29@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