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의 막판 벼랑 끝 기싸움이 치열하다. 양측은 내달 12일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열기로 했지만 핵폐기 방법과 체제보장 등에서 각자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해 협상 연기론을 흘리며 상대를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주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에서 대미 외교를 담당하는 최선희 부상(차관)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 부대통령(부통령) 펜스는 북조선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느니, 북조선에 대한 군사적 선택안은 배제된 적이 없다느니,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라느니 횡설수설하며 주제넘게 놀아댔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우리를 회담장에서 만나겠는지 아니면 핵 대결장에서 만나겠는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과 처신 여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지난 2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히 밝힌 것처럼 만약 김정은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안은 리비아 모델처럼 끝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부상은 “핵보유국인 우리 국가를 고작해서 얼마 되지 않는 설비들이나 차려놓고 만지작거리던 리비아와 비교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인가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비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23일 열린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에 대해 전혀 양보한 게 없으며 나쁜 합의는 선택지가 아니다”고 밝혔다. 또 “6월12일로 예정된 회담이 열릴 것이란 데 매우 희망적”이라며 김정은과 북한 체제보장 및 경제지원, 비핵화에 대해 물밑 협상을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에 적용될 새로운 비핵화 모델로 ‘신속한 비핵화(rapid denuclearization)’란 표현을 사용했다. 그는 이에 대해 “시간을 두고 늘어지지 않는 ‘전면적이고 완전한(total and complete)’ 비핵화”라며 “북한의 비핵화 과정은 리비아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위험한 외교적 실험을 하는 데 대한 의회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미아 기자/워싱턴=박수진 특파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