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공천=당선 공식은 옛말…곳곳에서 치열한 접전 예상
여당·무소속 약진할까… 한국당 텃밭 대구·경북 관전 포인트는
제7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24일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 막이 올랐다.

대구·경북(TK) 지역은 전통적으로 자유한국당의 든든한 '텃밭' 역할을 해왔지만, 이번 선거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지역은 역대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공천이 당선이나 다름없었지만, 이번 선거는 예선보다 힘든 본선이 기다리는 곳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당 공천 과정에 빚어진 잇따른 파열음으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전·현직 단체장들이 곳곳에서 무소속 출마에 나선 데다 이념 스펙트럼이 겹치는 바른미래당 후보들까지 가세하면서 보수 진영 자체가 분열된 때문이다.

게다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이어 선거 전날에는 전 세계 주목을 받는 북미정상회담까지 예정돼 때에 따라서는 민주당 지지세가 전국적으로 급등해 보수 진영 아성인 TK까지 집어삼킬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관전자 입장에서는 이번 선거가 과거 어느 지방선거보다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 "무소속 돌풍 부나" 한국당 공천 배제 현역 단체장 무소속 출마 '러시'
대구·경북지역 현역 기초단체장들 가운데 자유한국당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 출마에 나선 후보는 모두 7명이다.

대구는 김문오 달성군수가 유일하다.

3선에 도전하는 김 군수는 한국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 한국당 공천을 받은 조성제 전 대구시의원, 무소속 박성태 전 대구시의원과 한판 대결을 앞두고 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원을 받은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

이어 2014년에는 새누리당 소속으로 단독 출마해 무투표 당선한 바 있다.

경북에서는 최수일 울릉군수, 최양식 경주시장, 권영세 안동시장, 이현준 예천군수, 이정백 상주시장, 임광원 울진군수 6명이 당 충성도, 교체지수 등을 이유로 공천에서 배제됐다.

이들은 뚜렷한 배제 사유가 없어 공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앙당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잇따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이 가운데 이정백 시장은 4회, 6회 지방선거에 이어 세 번째 시장직에 도전하지만, 나머지는 5·6회에 이어 3선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무소속이지만 탄탄한 현역 프리미엄으로 한국당 공천장을 무기로 내세우는 후보들이 힘겨운 싸움을 치를 전망이다.

앞서 2010년 치러진 5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대구 8곳 가운데 2곳, 경북 23곳 가운데 7곳에서 무소속 또는 미래연합에 기초단체장 자리를 내줘 이번에도 무소속 돌풍이 다시 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당·무소속 약진할까… 한국당 텃밭 대구·경북 관전 포인트는
◇ 대구 1곳, 경북 6곳 '리턴 매치' 관심
이번 선거에서 대구·경북 7곳에서 열리는 전·현직 기초단체장 간 리턴매치도 관심이다.

대구에서는 류한국 현 서구청장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다시 받아 바른미래당 후보인 서중현 전 구청장과 맞대결을 벌인다.

류 구청장은 6회 지방선거 당시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해 당시 무소속이던 서 전 구청장을 큰 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했다.

경북에서는 영주, 상주, 문경, 군위, 봉화, 칠곡에서 리턴매치가 치러진다.

영주는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은 장욱현 현 시장이 5회 지방선거 때 무소속으로 출마해 자신에게 패배를 안겼던 김주영 전 시장(무소속)과 재대결해 설욕전을 가진다.

상주는 이정백 현 시장과 성백영 전 시장이 각각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재대결한다.

이 시장은 5회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미래연합 소속이던 성 전 시장과 맞대결을 벌여 47.1%대 47.7% 근소한 차이러 석패한 바 있다.

그러나 6회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다시 출마해 역시 무소속이던 성 전 시장을 눌러 무승부를 기록했다.

또 문경에서는 고윤환(한) 시장과 신현국(무) 전 시장이, 군위에서는 김영만(한) 군수가 장욱(무) 전 군수, 봉화에서는 박노욱(한) 군수와 엄태항(무) 전 군수가 재대결을 벌인다.

칠곡 백선기(한) 군수와 장세호(민) 전 군수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진검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 한국당 아성 TK 표밭 민주당 얼마나 약진할까
북핵으로 고조된 한반도 긴장 상태를 화해 분위기로 몰고 간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까지 지방선거 전 열릴 가능성이 커진 점이 한국당 후보들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지난 16일 격전지인 대구 동구 반야월시장을 찾아 "경남지역 모 여론조사에 나온 것처럼 선거를 좌우하는 것은 경제문제이고, 남북문제는 손에 잡히지 않는 추상적이어서 선거를 좌우하지 않는다"고 애써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반면 여당인 민주당은 남북 화해 무드 확산에 보수 분열이 더해지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한국당 성향을 가진 바른미래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한국당 표를 잠식하고 상대적으로 여당 후보들의 약진이 이어지면 난공불락으로만 여겨져 온 보수 아성 TK 표밭도 넘볼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6회 지방선거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는 새누리당 권영진 후보(55.95%)에 패했지만, 득표율 40.33%를 기록해 대구가 더는 넘지 못할 산이 아님을 보여줬다.

민주당은 지난 선거에서 대구 8개 구·군 기초단체장 가운데 달서구 한 곳만 후보를 냈지만, 이번에는 달성군을 제외한 7곳에 후보를 내 승리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대구 기초단체장 후보 가운데 북구와 수성구는 당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구와 수성구는 20대 총선에서도 홍의락 의원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무소속과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금배지를 단 지역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