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北부상, 펜스 美부통령 발언 빌미 정상회담 재검토 언급
김계관·최선희, 공격수로 나서…북미회담 교두보 확보 노린 듯
'세기의 핵담판' 앞둔 北美, 장외 신경전… 北, 볼턴·펜스 맹공
'세기의 핵담판'이 다가올수록 북한과 미국의 핵심 인사들 사이에서 말싸움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정상의 첫 회담을 앞두고 서로 이익 침해를 용납하지 않겠다며 치고받는 장외전을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에 북한 측에선 대표적 미국통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미국 측에선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있다.

주목할 대목은 양측 말싸움의 끝이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대한 경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6자회담 등을 통해 대미 공격수로 나섰던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24일 담화를 내어 펜스 부통령이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리비아 전철' 등 비난 발언을 문제 삼으며 또다시 정상회담의 재검토를 언급했다.

최 부상은 심지어 펜스 부통령을 향해 '횡설수설' '무지몽매한 소리'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 등의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정상회담 '재검토'를 제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담화 내용을 뜯어보면, 말 그대로 북미정상회담 재검토 건의를 하겠다는 수준이다.

최 부상은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방문을 수행하는 등 향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협상에 나설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
'세기의 핵담판' 앞둔 北美, 장외 신경전… 北, 볼턴·펜스 맹공
앞서 지난 16일에는 북미협상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김계관 제1부상이 대북 강경파인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대북 발언을 걸어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비난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재검토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두차례 방북 등으로 비교적 원만한 북미 간 조율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볼턴 보좌관이 지속해서 리비아모델을 언급하며 김정은 체제 붕괴를 노리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자 김 제1부상이 경고에 나선 것이다.

김 제1부상의 발언 이후 트럼프 대통령 등이 나서 북한 체제안전 보장과 리비아모델 불가 입장을 내놓으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듯 했으나 미 행정부의 2인자인 펜스 부통령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자 최선희 부상이 이를 공격하고 나섰다.

북한의 대표적인 대미협상가들이 나서 자국에 적대적인 강경인물들을 '북미협상의 걸림돌'로 거명하며, 공세를 펴고 있다.

이처럼 미국 내 대북 매파들이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미 대통령과 북미 핵협상의 실무 수장인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굿캅(온건한 경찰)-배드캅(거친 경찰)' 역할분담을 시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 등이 굿캅 역할이라면 볼턴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이 배드캅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세기의 핵담판' 앞둔 北美, 장외 신경전… 北, 볼턴·펜스 맹공
이런 가운데 북한이 펜스 부통령과 볼턴 보좌관을 비난하며 또다시 회담 재검토를 언급한 것은, 미국 내 강경파의 입김을 줄이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이라는 직책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의 대외정책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들인 만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들의 부정적 입김을 차단함으로써 협상에 유리한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속셈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시 말해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완전한 북핵폐기와 이에 대한 보상으로 체제안전보장과 평화협정 체제 구축 등을 협상하는 치열한 외교전의 와중에 이들의 강경 목소리를 사전에 제압하려는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 이후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볼턴 보좌관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이번 첫 북미정상회상 합의문이 나온다 해도 이런 강경파들의 입지가 클 경우 회담 성과물을 폄하하고 특히 추후 이행의 과정에서도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 사전에 대북정책 추진과정에서 이들의 힘을 빼놓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계관이나 최선희의 담화는 미국측에 강경파들에 대한 입단속을 하라는 것으로 장외신경전이라고 할 수 있다"며 "북한은 우리가 약속한걸 지킨다는 입장이어서 정상회담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