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에 있던 외신 기자들은 24일 ‘엄청난 폭발’을 목격했고, 관측소 등 주요 시설이 산산조각 났다고 보도했다.

CNN 취재팀은 이날 북한이 최소 세 개의 갱도와 관측대, 금속 주물공장, 거주 구역을 파괴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500m가량 떨어진 관측대에서 2·3·4번 갱도 폭파 현장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또 폭파 전 북한 관계자들이 갱도 안에 설치된 폭발물을 보여줬고, 이후 안전거리에 있는 관측 장소로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AP통신도 북한이 외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 시간에 걸쳐 폭파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 관측대와 경비병 막사, 근로자 시설 등도 파괴됐다고 했다.

영국 매체 스카이뉴스의 톰 체셔 기자는 “북한 관계자들이 ‘셋, 둘, 하나’를 센 뒤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고 진동도 느껴졌다. 먼지가 몰려왔으며 폭파 현장의 열기도 있었다. 소음이 굉장했다”고 전했다.

CBS뉴스의 벤 트레이시 기자는 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현장을 목격하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며 “북한 관계자들은 폭파된 갱도 중 두 곳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지만 폭파시켰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트레이시 기자는 “폭파 전 갱도를 공개해 그 안으로 걸어들어가 폭발물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는 북한이 주장하는 것처럼 핵실험장이 폐쇄됐다는 것을 확인해줄 전문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북한의 핵무기 연구소 등 관련 기관에 대해 모든 업무 조치를 마쳤다”며 “이를 통해 핵실험 중단을 투명하게 보장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관영 RT는 “북한 핵무기연구소 직원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떠나고 있으며 이제 그곳에서 핵실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이번 현장에 초청받지 못했지만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것을 신속하게 인용 보도하며 관심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이날 AP통신 보도를 전하며 속보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플래시’로 분류한 긴급뉴스로 이를 전했다. 이 통신은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는 데 중요한 조치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행동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제사회가 목표로 하는 ‘완전한 비핵화’가 실현될지는 예단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아사히신문은 “다음달 예정된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사를 보여준 형태가 됐다”며 “하지만 전문가가 직접 보고 인정한 것이 아니라 완전한 폐기를 검정하는 데는 불충분한 면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