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발적·선제적 조치…비핵화 진정성 확인 측면서 의미
북미,싱가포르 접촉서 정상회담논의 제 궤도 복귀할지 주목
北 핵실험장 폐기, '난기류' 북미회담에 동력될 걸로 기대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등의 보상 방식·절차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난기류에 빠진 북미정상회담(6월 12일·싱가포르)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계기로 동력을 회복할지 주목된다.

24일 북한은 남측을 포함해 미국·중국·러시아·영국 등 5개국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 2·3·4번 갱도를 폭파하는 등 핵실험장 폐기 절차를 진행했다.

특히 미사용 상태였던 3·4번 갱도까지 폭파함으로써 미래 핵무기 고도화에 필요한 중요 설비를 스스로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아 보인다.

이미 6차례 핵실험을 거쳐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가 갖는 의미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비쳐온 북한이 그 첫발을 내디뎠다는 걸 평가할 만하다는 견해가 많다.

아울러 북한이 자발적·선제적으로 핵실험 중단 공약을 실천에 옮기는 행동의 '울림'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내달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가운데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조처를 함으로써 비핵화의 진정성을 확인시켰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북한 핵 무력의 상징적 공간이 폐기되는 장면이 25일 전 세계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 그 상징적 효과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외교가에선 북한의 이번 핵실험장 폐기 약속 이행이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 등과 관련된 이견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간 정상회담 사전 논의를 되살릴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체제안전 보장을 공언하는 한편 '일괄타결'을 선호하되, 북한이 바라는 '단계적 해법'을 일부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등 북한의 '이탈'을 막기 위해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따라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확인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더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북미 간 논의가 '선순환' 구도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순항'하는 듯했던 비핵화 논의는 이달 중순 들어 갑자기 풍랑을 만난듯했던 것이 사실이다.

리비아식 비핵화 해법에 초점을 맞춘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연이은 대북 압박에 북한이 연쇄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이면서 최근 양측 사이에는 파열음이 잇따랐다.

북한은 지난주 한미합동 공군훈련인 '맥스 선더' 개최를 빌미로 16일로 예정됐던 남북고위급 회담을 취소한 데 이어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 그리고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발언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담화문 등을 통해 한미 양국을 모두 겨냥해 강한 거부감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번째 방중을 통한 북중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가 변했으며, 그 배경에 중국이 있다고 배후론을 거론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연기 또는 재검토 가능성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정상회담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만든 동력이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열릴 북미정상회담 관련 실무 접촉과 다음 주 제3국에서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협의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미래핵'의 일부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이번 조치는 비핵화의 첫걸음을 내디딘 일로 본다"며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조치였기에 북미정상회담에도 청신호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北 핵실험장 폐기, '난기류' 북미회담에 동력될 걸로 기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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