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관계자 11명 공항 나와서 환대…기자들 위성전화·선량계 휴대 불허
南 풍계리 취재진 방북일정 돌입… 北, 꼼꼼한 수하물 검사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남한 기자들이 23일 오후 원산에 도착, 방북 취재 일정에 돌입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북한이 남측 기자단의 명단을 접수하고 정부의 방북승인이 이뤄지면서 24인승 정부 수송기에 몸을 실은 취재진 8명은 오후 2시 48분 원산 갈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측의 정부 수송기가 북한땅에 바퀴를 내린 역사적 순간이기도 했다.

맑은 날씨 속에 갈마국제공항에 착륙한 남쪽 수송기에서 기자들이 내리자 마중 나온 공항 관계자와 안내자 11명이 반갑게 인사를 했다.

공항에 다른 항공기는 없었다.

기자들은 200m 떨어진 공항 청사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 뒤 꼼꼼한 수하물 검사를 받았다.

세관 관계자들은 기자들의 여행용 가방 등에 들어있는 물건들까지 다 꺼내 확인했고 "방사능 측정기를 가지고 왔느냐"고 물으며 대기 중 방사성 물질을 측정하는 선량계 소지 여부를 주의 깊게 확인했다.

특히 휴대용 와이파이 기기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세관 관계자들은 기자들이 휴대한 위성전화와 선량계, 무선 마우스 등은 반입이 안 된다며 자신들에 맡기도록 하고는 '출국 때 찾아가라'며 보관증을 발급했다.

수하물 검사를 마치고 빠져나온 공항 청사 내부 곳곳에는 평상복 차림의 사람들이 있었으나 서로 말을 섞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북측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관계자 3명이 취재진을 맞았다.

청결한 공항 청사 내부에는 일반 승객으로 보이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어 썰렁함 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공항 매대에는 평양 타임스 등 신문과 잡지, 청량음료, 과자, 술, 담배 등이 판매용으로 비치돼 있었고 기저귀를 갈아 끼우는 방과 위생방, 식당 등 부대 시설들도 갖춰져 있었다.

식료품점에는 황구렁이 술, 김치맛 과자 등 남쪽에서는 생소한 술과 과자들도 진열돼 있었다.

북측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온 기자들은 오후 4시 50분 숙소인 갈마초대소에 도착했고 전날 와있던 외신기자들은 지각 도착한 남측 기자단을 대상으로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풍계리행 열차 출발 시각이 이날 저녁으로 결정되면서 1박을 하며 여독을 푼 외신기자들과 달리 남측 기자들은 초대소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이동할 준비를 해야 했다.

한편 수송기 안에서 내려다본 원산과 그 주변 지역 해안가에서 민가는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는 찾기 어려웠고 흙길이 많았지만, 공항 인근 해변에 20층 높이의 고급 리조트 2개가 보였고 공사 중인 리조트 등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南 풍계리 취재진 방북일정 돌입… 北, 꼼꼼한 수하물 검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