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일정도 자체 실정 맞게"… 北농업 자율성 확대
지역에 상관없이 모내기 일정을 획일적으로 강요했던 북한이 최근 지역과 농장의 실정에 맞게 모내기 일정을 조절하도록 독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는 북한이 김정은 체제 들어 시행한 포전담당책임제에 이어 농업 분야에서 지속해서 자율성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모내기 전투에서 영예로운 승리자가 될 불같은 열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최근 평안남도 숙천군 약전 농장에서 열린 '전국 농업부문 일꾼들을 위한 기술전습회(기술강습)'에서 논의된 내용을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농업부문 간부들을 위한 이번 기술강습에서는 '모내기 일정 계획을 일률적으로 조직하며 내리 먹이는(아래 단위에 지시하는) 현상을 철저히 없앨 데 대한 문제'가 강조됐다.

이 때문에 북한이 지역별 기후조건이나 농장의 토양환경 등에 따라 모내기 일정을 자체적으로 정하도록 방침을 세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노동신문은 이날 '실정에 맞는 옳은 방법론을 찾아 쥐고'라는 제목의 다른 기사에서는 함경남도 정평군 농업담당 간부들의 성과를 소개하며 "군에서 모내기 일정 계획을 자체의 실정에 맞게 세운 것도 혁신적"이라고 부각했다.

신문은 "군에는 물 대기 조건이 불리한 논 면적이 작지 않았다"라며 "지난 시기 이런 논에서 응당한 소출을 내지 못한 원인을 분석하던 과정에 군 일꾼들은 모내기 날짜가 실정에 맞게 정해지지 못하였다는데 주목을 돌리게 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과거에는 5월 초부터 6월 초까지를 '모내기 총동원' 기간으로 정하고 산간지역이나 평야지역, 곡창지대나 토양이 척박한 지역에 상관없이 하루 이틀 간격으로 거의 동시에 모내기를 시작해 비슷한 시기에 끝내도록 요구해왔다.

따라서 노동신문이 전한대로 지역과 농장의 특성에 맞게 모내기 일정을 자체로 정하도록 했다면 이는 또 하나의 자율성 확대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 신문은 농업부문 간부들을 위한 기술강습에서 "평당 포기 수와 포기당 (볏모의) 대수를 모 종류와 모 상태, 포전의 지력 수준, 정보당 비료 수준과 모내기 시기를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규정할 데 대한 문제가 이야기됐다"고 밝혔다.

이는 김일성 주석이 창시했다는 '주체농법'의 하나인 밀식(密植) 재배를 우선시하던 영농방법에서 탈피해 해당 농장의 토양 환경과 비료 시비 상황에 맞게 소식(疎植) 재배도 가능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증대시키는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하며 농업 분야에서부터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다.

포전담당제는 협동농장의 말단 조직인 분조를 기존의 10∼15명에서 가족 규모인 3∼5명으로 축소해 포전(일정한 규모의 논밭)을 경작하도록 한 것으로, 사실상 개인영농제로 이행하는 전 단계로 평가된다.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김정은 정권은 식량문제만큼은 자급자족하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안다"라며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과거의 획일적이고 중앙집권적인 영농방법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에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