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 출범 20년 만에 확 바뀐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1999년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간 협의체로 출범했던 노사정위원회가 20년 만에 대폭 개편된다. 정부 역할이 대폭 줄어들고 비정규직과 여성, 청년, 중소기업, 소상공인, 중견기업 대표까지 참여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로 탈바꿈한다. 여야도 이례적으로 관련 법안을 공동발의한 데 이어 1호 심사안건으로 다루는 등 5월 임시국회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회 정상화 후 1호 심사안건으로 다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노사정법) 전부개정안을 국회 정상화 이후 1호 심사안건으로 다뤘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이 법안에는 여야 환노위원 15명 전원이 이름을 올려 국회 통과에 힘을 보탰다. 환노위 의원 전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한 건 20대 국회에서 처음이다. 지난 14일 5월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간 회동에서 노사정법의 조속한 처리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5월 임시국회 처리가 유력하다. 환노위 관계자는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정 등 당면 과제들을 제치고 1호 안건으로 올렸다”며 “그만큼 법안 통과에 여야 간 이견이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노사정위 개정안은 기존 10명이었던 노사정위 본위원회 위원을 18명으로 늘려 참여 대상을 크게 확대했다. 기존 위원은 양대 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 노동계와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경영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정부), 노사정위(2명), 공익위원(2명) 등 모두 10명이었다. 여기에 청년, 여성, 비정규직 대표와 중소기업, 중견기업, 소상공인 대표, 공익위원(2명) 등이 추가된다.

정부 영향력은 이전보다 축소된다. 참여 주체가 늘어난 만큼 협의 강화를 위해 기존 2분의 1이었던 의결정족수는 3분의 2로 높였다. 노사정위 관계자는 “위원회 총원이 18명으로 늘어나면서 의결권이 그대로인 정부(2명) 영향력은 크게 줄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야, 어렵게 복원된 노사정위 협조

노사정위는 1998년 1월 외환위기 직후 설립됐다. 같은 해 2월 정리해고 법제화 등을 담은 역사적인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이 협약은 부결됐고, 이후 민노총은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민노총은 20년 뒤인 지난 1월에야 노사정 6자 대표자 회의에 복귀했다.

정치권에서도 오랜 시간 단절된 ‘사회적 대타협’의 틀이 어렵게 복원된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협조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1999년 5월 노사정위원회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법 개정을 통해 위원회 구성 등 조직이 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 원내대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 양극화 해소 등 우리 사회의 시급하고 중요한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환노위원장인 홍 원내대표의 적극적인 의지도 반영이 됐다. 그는 평소 “노동계가 노동안정성만 주장하지 말고 노동유연성도 함께 고민하는 사회적 대타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홍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노사정위법 개정안 협조를 요청했고, 이번 임시국회 통과에 대략적인 합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