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위급 회담 일방 취소

美·北회담 주도권 잡기 노력

北 핵 도발-南 군사훈련
'쌍중단' 협상카드로 쓸 수도
북한은 올해 초부터 남북한 교류 재개 과정에서 주요 회담 일정을 한밤중에 기습 취소하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번 남북 고위급회담의 취소 통보가 벌써 세 번째다. 북한의 심야 통보는 미국의 오전 시간대를 겨냥한 것이라는 점에서 내달 12일 열릴 미·북 정상회담에서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수시로 일정을 번복하면서 향후 비핵화 검증 과정에서 또다시 일방적으로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北, 올 들어 세 번째 심야취소 통보… "美 오전 시간 이슈몰이"

북한은 지난 1월19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사전점검단 방문을 하루 앞두고 오후 10시께 우리 측에 파견 취소를 통보했다. 그러다 20일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언론의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뒤에야 다시 파견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같은 달 29일에는 남측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금강산에서 진행하기로 했던 남북 합동문화공연 행사를 1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취소하겠다고 오후 10시께 일방 통보했다.

북한은 과거에도 군사훈련이나 남측 언론 보도, 일부 인사의 발언 등을 문제 삼아 회담 직전 연기나 취소를 알리는 일이 잦았다.

이런 ‘일방 취소’ 행태는 미국에도 마찬가지였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문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2월10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기로 했다가 만남 두 시간 전에 돌연 취소를 통보하면서 무산됐다.

북한이 한·미 공군의 연합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미·북 정상회담에서 ‘쌍중단(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동시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 3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 우리 측 특사단이 방북했을 당시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에 대해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으나 갑자기 강경 기조로 태도를 바꿨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최근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으로부터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 문제 제기를 하라는 요청을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은 그동안 한반도 문제 해법으로 쌍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해왔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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