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출지시 의혹 장준규 전 육참총장 대면조사 안 해
인권위 "기존 입장과 똑같다고 해 서면조사로 대체"
인권위 '군 동성애 색출' 조사 부실 논란… 서면조사로 사건종결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린 의혹을 받는 장준규 전 육군 참모총장에 대한 진정을 받고도 제대로 된 대면 조사없이 사실상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인권위와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5월 19일 군대 내 동성애자 수사와 관련해 장 전 참모총장과 육군 중앙수사단(중수단) 과학수사센터 소속 군인 4명을 대상으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군인권센터는 지난해 4월 장 전 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 제92조6항 추행죄로 처벌하라고 지시했고, 사건 수사 과정에서 각종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육군 중수단은 전 부대를 대상으로 군인 간 동성애에 관해 수사를 벌였다.

통상적 상황이라면 각 부대에 이첩했을 했을 일이지만, 이번에는 중수단이 직접 각 부대를 돌아다니면서 수사를 했다는 게 군인권센터의 설명이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당시 중수단에서 가장 높은 계급이 준위인데, 계급사회인 군대에서 준위 한 명이 수사하고 싶다고 각 부대를 들쑤시고 다닐 수 없다"며 "장 전 총장이 관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중수단 수사 과정에서 각종 불법과 인권 침해가 자행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수단이 명확한 성관계 증거 없이 동성애자 데이트 애플리케이션 등에 잠입해 동성애자 군인을 골라 수사하고, 수사에 비협조적인 경우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해 범행을 인정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다.
인권위 '군 동성애 색출' 조사 부실 논란… 서면조사로 사건종결
하지만 인권위는 최근 차별시정위원회 의결을 통해 조사 과정의 성희롱성 발언만 문제로 인정하고, 수사 과정의 불법성과 장 전 총장의 수사 지시에 관해서는 진정을 각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인권위는 동성애자 군인 색출지시 의혹을 받는 장 전 총장을 한 차례도 대면 조사하지 않은 채 서면조사로 갈음했다.

인권위는 강제 수사권은 없지만, 사안에 따라 대면조사가 필요할 경우 출석 요구서를 당사자에게 보낸 뒤 응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대면조사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인권위는 "부대 내에서 동성애를 하다 적발된 군인에 대해서만 처벌하라고 지시했을 뿐 따로 수사 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장 전 총장의 기존 입장만 서면으로 확인하고서 사실상 조사를 마무리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지난해 군대 내 동성애자 색출 작업이 장 전 총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수사관의 발언도 있었던 만큼 반드시 장 전 총장을 불러 대면 조사했어야 한다"며 "하지만 인권위는 장 전 총장과의 대면조사 일정을 잡고 있다는 말만 하더니 실제로는 만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조사과정에서 장 전 총장과 통화한 결과, 이전에 발표한 입장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며 "출석해야만 적당한 조사를 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장 전 총장이 기존과 똑같은 입장이라고 하기에 서면으로 조사했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