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달 말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국제기자단을 초청하면서 일본을 제외해 ‘재팬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북·일 간 갈등이 표면화한 것이란 분석과 함께 향후 북·일 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북한의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행사에 참석할 국제기자단을 중국, 러시아, 미국, 영국, 남조선에서 오는 기자들로 한정시킨다”고 밝혔다. 2008년 영변 냉각탑 폭파 당시 6자회담 참가국(한·미·중·일·러)의 언론사가 현장을 취재한 것과 비교해보면 일본 대신 영국이 들어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에서는 프랑스만 제외됐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선택이라 이를 언급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북한과 일본의 공식적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연관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영국이 포함된 데 대해서는 “영국을 유럽연합(EU)의 대표로 봤는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북한의 ‘재팬 패싱’은 그간 일본에 쌓인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은 최근 북·미 회담에서 일본인 납북자 문제와 함께 중·단거리 탄도미사일과 대량살상무기 등을 의제로 포함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 양측 간 갈등이 고조됐다. 북한이 비핵화 이후 경제 개발 논의 과정에서 일본의 경제적 지원을 극대화하기 위해 협상의 지렛대로 삼은 것이란 분석도 있다.

영국이 포함된 데에는 오랜 외교 관계에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영국 외교부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을 하면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관할하는 ‘퍼시픽국(局)’의 한 과(課)였던 북한 부서를 확대 개편해 전담 부서를 설치했다. 영국이 북한 문제를 그만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영국과 2000년 수교를 맺었으며, 영국도 평양에 대사관을 두고 있다.

북한 업무 책임자를 국장급으로 올리고 인원도 10명 정도로 늘렸다. 외교당국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유엔에서 대북 제재결의안이 잇따라 채택되면서 영국 외교부 내 북한 관련 업무가 급증해 이뤄진 조치로 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영국 취재진을 초청해 대북제재에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는 유럽 국가 전체에 비핵화 노력과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김채연/조미현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