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10일(현지시간) 싱가포르를 낙점하자 청와대는 내심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유력 후보지였던 판문점으로 결정되면 북·미에 이어 곧바로 남·북·미 정상회의까지 ‘원 샷’에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낙점한 사실을 약 1주일 전에 파악하고 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지난 4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다음달 12, 13일 무렵 싱가포르’라고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판문점에 끝까지 미련… 회담 중립성·경호 고려해 방향 틀어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에 미련을 두고 있다고 보고 막판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평양 회담을 고집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에서 회담을 하겠다는 의지가 남아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남북한 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판문점을 후보지로 꺼냈다. 남북 정상회담 이튿날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판문점과 관련해 많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청와대도 회담 장소로 판문점을 적극 추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잡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남북 접경지역인 평화의집, 자유의집이 제3국보다 더 대표성을 띠고 중요하며 지속가능한 장소일까. 한 번 물어본다”는 글을 남겨 판문점 개최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청와대는 “당시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순위로 거론한 곳이 판문점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담의 중립성 확보와 이동거리, 경호 등 편의성을 감안해 싱가포르로 마음을 돌렸다.

한때 회담 개최지로 인천 송도가 거론되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이 지나가며 얘기하듯이 송도를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후에는 진전이 없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접고 싱가포르로 마음을 굳힌 때는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이 풀려난 9일이었다. 그날 밤 문 대통령에게 긴급 전화를 걸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결과를 공유하면서 이 같은 자신의 결정을 넌지시 알렸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그날 통화에 배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판문점을 북·미 회담 개최 장소에서 배제한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약간의 미안함이 있는 것으로 느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가 확정된 뒤 이날 오전 열린 청와대 참모진과의 티타임에서 여러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다음달 8~9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는 그러나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방문할 계획은 지금까지 없다고 밝혔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