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위기감 최고조…美 "힘에 직면할 것"·北 "괌 포위사격 검토"
韓 중재에 北·美 결단 맞물려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사
'군사위협'에서 '정상회담'으로… 북·미, 9개월 만의 대반전
지난해 8월 9일. 북한과 미국에서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폭탄발언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9일 새벽에 국내에 전해진 이 발언은 북한이 7월에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잇따라 시험 발사하자 '군사옵션도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려 꺼낸 대북 경고 메시지였다.

북한의 위협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북한은 9일 새벽 전략군 대변인을 내세워 미국령 괌에 대한 포위사격을 위협했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 형으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으로, 실제 감행될 경우 사실상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한반도를 감쌌다.

시간상 트럼프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한 직접 반응은 아니었지만, 그 이전부터 이어졌던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군사옵션 검토'에 대한 반발이었다.

일각에선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와 이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으로 점차 고조되던 북미 간 갈등이 자칫 '말'을 넘어 '행동'으로 옮겨지는 임계점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증폭됐다.
'군사위협'에서 '정상회담'으로… 북·미, 9개월 만의 대반전
이후 북한이 지난해 9월 3월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북한과 미국은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 전례 없이 높은 수위의 '말폭탄'을 주고받으려 위기 지수를 더욱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19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미국과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 우리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압박성 발언이었지만 '완전 파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한 데다 유엔 총회라는 장소가 갖는 무게감까지 더해져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북한도 가만있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성명을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을 '늙다리 미치광이', '불망나니', '깡패' 등으로 칭하며 "망발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낼 것"이라며 거친 언사를 쏟아냈다.

이후에도 미국이 한반도에 전략무기를 전개할 때마다 북한이 강력히 반발하는 등 한반도는 '위기설'에서 자유로울 때가 없었다.

새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김정은 위원장은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핵 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고 말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튿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아쳤다.
'군사위협'에서 '정상회담'으로… 북·미, 9개월 만의 대반전
언제까지나 얼어붙어 있을 것 같던 북미관계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재인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과 북미 양국 지도자의 결단이 적절하게 맞물리면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정상회담에 합의하는 대반전을 이뤄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11일 "작년까지만 해도 한반도 정세가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깜깜한 동굴 속에 있는 것 같았는데 격세지감"이라면서 "지금도 미래를 예견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긍정적인 방향인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