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회담 전까지 비핵화 '미세조정' 주력할 듯
靑 관계자 "비핵화 이행 단계의 신뢰 구축이 우리 역할"
북미회담 세팅… 문대통령, 남북통화·한미회담 등 중재역 잰걸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를 놓고 담판할 북미정상회담이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확정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 계획표도 윤곽이 잡혔다.

북미정상회담의 당사자인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게 문 대통령 역시 두 정상 간 비핵화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기까지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예상되는 양측 간 의견 차이를 최대한 좁히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9일 방북해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을 두고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전달받고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만족한 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와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을 맞바꾸는 '밑그림'을 완성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북미 정상이 비핵화와 관련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역할은 결국 '디테일'에 쏠릴 확률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 순항한 비핵화 합의 분위기의 동력을 이어가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비핵화 합의 후 이행 단계에서 북미가 신뢰를 쌓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까지 남은 한 달 사이에 다양한 채널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핫라인' 통화가 첫 조치로 꼽힌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졌는데 핫라인 통화는 언제 하느냐'라는 물음에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과의 핫라인 통화가 이뤄진다면 그간 한미 사이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파악한 미국의 정확한 의중을 전달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통화하며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기도 했다.

오는 22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있을 한미정상회담 역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중요한 전기가 될 이벤트다.

북미 간 세부 의견을 조율하는 데 돌발 변수가 등장하거나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에게는 취임 후 네 번째 이뤄지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그러한 장애물을 제거할 기회인 셈이다.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다음 달 8∼9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문 대통령이 참석할지도 주목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달라는) 공식 초청은 없었다"면서도 "이것(한반도 비핵화 문제)과 G7이 아주 관계가 없지는 않아 (문 대통령의) 참가 문제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청와대로서는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G7 정상회의가 열려 이 자리에서 북미 정상 간 합의가 잘 이행되도록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하는 시나리오를 선호했을 수 있다.

그러나 북미 정상이 남북 못지않은 소통으로 간극을 좁혀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서 국제사회에 협력을 호소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으로 보인다.

물론 남북 핫라인 통화와 한미정상회담, G7 정상회담 외에도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 등과의 통화로 비핵화와 관련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문제 등의 진행 상황을 공유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