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조선중앙통신은 1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정상회담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두 번째 방북에서 회담 시기와 장소는 물론 비핵화 프로세스를 담은 회담 의제에 대해 북·미가 합의를 이뤄내면서 확정됐다. 김정은도 폼페이오 장관과의 면담 결과를 “만족한 합의”라고 표현하며 가장 민감한 분야인 비핵화 방법에서 합의를 이뤄냈음을 시사했다.

북·미의 기류 변화는 1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는 9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미합중국 국무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를 접견했다”며 “최고 영도자 동지(김정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 높이 평가하고 사의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 보도에선 ‘조·미(북·미) 수뇌상봉과 회담’이란 단어를 사용해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대내용 매체에서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월 말 폼페이오 장관이 처음 방북했을 땐 해당 사실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다가온 조·미 수뇌상봉과 회담이 조선반도(한반도)의 긍정적인 정세 발전을 추동하고 훌륭한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훌륭한 첫걸음을 떼는 역사적인 만남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고 영도자 동지는 미합중국 국무장관과 토의된 문제들에 대해 만족한 합의를 봤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인 억류자 석방 요청을 김정은이 국무위원장 명의로 수락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평양에서 워싱턴DC로 귀환하는 비행기에서 “김 위원장과 건설적이고 좋은 대화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북한 측과) 의제에 올려놓으려고 하는 현안들에 대해 논의했고, 성공적인 회담을 위한 여건을 어떻게 갖춰 나갈지 의견을 교환했다”고 언급해 회담 시기·장소뿐 아니라 의제에서도 양측의 이견이 해소됐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한국계 미국인 억류자 3명을 석방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폼페이오 장관과 협상하면서 핵심 의제인 비핵화와 대북 제재 해제 시점에 대해 최종 합의만을 남겨 두고 ‘빅딜’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 이행을 전격 수용하고,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통 큰 보상’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아직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새러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완전한 비핵화가 최우선 과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대표적 신중론자로 꼽히는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들이 유익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낙관론에 이유가 있다”고 말한 점이 눈에 띈다. 매티스 장관은 이날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에 출석해 사상 최초의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 중이란 사실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구체적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 국방부도 이번 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3명의 미국인 억류자를 석방한 가운데 매티스 장관이 미·북 협상 전망에 대해 낙관적 평가를 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매티스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주한미군은 의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주한미군에 대해 “안정화된 주둔군”이라고 표현하며 동북아시아 역내 안정을 위해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이 문제는 한국과 미국 두 동맹국 사이의 일인 만큼 미·북 회담에서 논의될 사안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