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북미정상회담 기대" 아베 "문 대통령 노력 높이 평가"
美 이란핵협정탈퇴 北 우회 압박 속 비핵화 당위성 힘 실어
日은 납치자 문제·살상무기 폐기 등 거론…中은 경제교류에도 비중
한중일 '판문점선언 지지' 공감대… 북미정상회담 탄력받나
한중일 정상이 남북정상회담 성과인 판문점선언의 취지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3국 간 일치된 입장이 북한 비핵화 합의의 성패를 가를 북미정상회담에 어떻게 작용할지 주목된다.

미국이 '이란 핵협정 탈퇴'라는 카드로 북한에 '영구적 핵폐기'를 우회적으로 압박해 북미정상회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3국 정상의 이러한 입장은 일단 북미정상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도쿄 영빈관에서 정상회의 후 열린 공동언론발표에서 "3국 정상이 특별 성명 채택을 통해 판문점선언을 환영하고 지지해 주신 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에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한중일 '판문점선언 지지' 공감대… 북미정상회담 탄력받나
한중일 세 나라가 판문점선언을 한목소리로 지지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 역시 동북아 평화정착이라는 관점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필수적이라는 공통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공동언론발표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최종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지역의 항구적 평화를 이끌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지난달 남북정상회담에서의 문 대통령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안정의 기운이 북한의 행동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3국 정상이 판문점선언을 두고 이러한 입장을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이 '영구적 대량파괴무기(WMD) 폐기'로 비핵화 목표치를 올려 잡는 동시에 북중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북미 간 신경전은 계속 고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방북 사실이 공개되면서 북미정상회담의 시기·장소와 관련한 담판이 임박한 듯한 모양새를 보이는 한편, 한중일 정상이 판문점선언을 지지함으로써 '난기류'도 정리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인 3국이 비핵화 합의와 관련해 단일 대오를 형성한다면 북미가 여태까지의 진전을 되돌리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내각부 영빈관 내 회의장의 테이블 배치가 삼각형으로 놓이고 3국 정상이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푸른 계열의 넥타이를 착용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를 관철하려는 공통의 의지를 강조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한중일이 비핵화와 관련해 보조를 맞추는 가운데 아베 총리는 자국의 여론을 의식한 듯 일본인 납치자 문제 등을 직접 거론하면서 한국·중국과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런 기회를 살려서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모든 대량 살상무기, 탄도 미사일, 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납치 문제도 공조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가 언급한 사항들은 한국과 중국 역시 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내용인 만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현 국면에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중국은 비핵화 문제 못지않게 3국 간 경제교류의 필요성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

리 총리는 공동언론발표에서 "한중일이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지역의 경제체로서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경제교류를 활발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중일 플러스 X(엑스)의 시스템도 구축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X'라는 표현을 두고 "한중일 FTA 당사국 외 국가를 말하는 것으로, 이들과도 협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리 총리의 발언과 관련해 "'X'는 특정한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한중일이 특정 산업에서 협력한다고 가정했을 때 세 나라 협력으로 제3국에 진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신흥 경제국 모임)의 경우 5개국이 회의를 하지만 특정 현안이나 사업에서는 추가로 한두 나라를 초청해 회의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한중일 플러스 X'라고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