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여건, 과거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중국 역할론 주목
빅터 차 "북미회담 장소·시기 구체화에 시간 길어지면 연기·취소될 수도"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7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의제의 우선순위와 관련, 평화협정을 비핵화에 우선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윤 전 특별대표는 이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DC에서 주최한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평화협정 중 어느 것이 먼저냐는 것은 중요한 질문"이라며 이같이 조언했다.

그는 "평화협정이 비핵화보다 앞장서는 것은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것은 북한을 승인된 핵보유국으로 대우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대표는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했다.

그는 "평화협정은 단순한 협정 이상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베트남에서도 많은 문제가 있어 평화조약까지 가는 데는 9~10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로 인해 한반도 비핵화 여건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6자 회담이나 제네바 합의 당시의 금액으로 북한을 '매수'할 순 없을 것이다.

가격이 올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핵 동결과 경제적 보상을 맞바꾸는 식의 거래는 궁극적으로 붕괴했다고 지적한 뒤 "북한이 원하는 것에 도달하기 위해선 정상 회담과 대화를 거듭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우리가 원하는 것만 해결할 것이라고 믿는 것은 아주 잘못된 길"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김정은이 여기까지 온 핵심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비핵화와 한반도 정세 불안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라며 "중국은 북미정상회담 이후에도 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서는 북한 비핵화 검증에 따르는 현실적 어려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할 역량이 충분하다"면서 "IAEA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이든, PVID(영구적이며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이든간에 어떠한 검증도 할 수 있지만, 북한이 핵 시설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수미 테리 CSIS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어디에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가졌는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고 가세했다.

차 석좌는 아울러 "북미정상회담 개최 장소와 시기가 구체화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수록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대사는 "2015년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컸지만 (회담 개최에 앞선) 시간이 길어지면서 결국 무산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