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남북관계·추경 등 놓고 여야 평행선…개헌·국정과제 제동
정당 연합 기반의 연정 아닌 상황서 야당과 상시 협치는 구조적 난제
민주 "나라다운 나라에 매진한 1년" 한국 "인사참사·청년실업률 최악"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래 1년간 야당과 협치를 내내 강조했으나 성과 면에서 미흡했다는 평가가 많다.

그건 문 대통령과 여권에도, 아울러 야권에도 책임이 있다.

애초 문 대통령이 야권을 국정 파트너 삼아 새로운 협치 틀을 만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으나 여소야대(與小野大) 지형 속에 협치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강하게 드라이브 건 적폐청산 작업을 두고 보수야당과 갈등을 빚었고, 이후에도 추가경정예산(추경)안, 민생·개혁 법안 등 각종 현안을 놓고도 건건이 야당과 대립하며 녹록지 않은 환경을 마주해야 했다.
[문재인정부 1년] 한국형 협치는 신기루일까… 공과 평가도 극과극
협치를 위한 문 대통령의 행보는 취임과 동시에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해 5월 10일 야 4당을 찾은 데 이어 그로부터 9일 후에는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하며 소통과 협력을 강조했다.

여소야대하에서 야당의 협조 없인 대선 때 공약한 민생·개혁 과제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임기를 시작한 만큼 신속한 조각을 위해서도 야당의 협조는 절실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희망과 달리 야당과의 협력은 정권 초반부터 삐걱댔다.

국무위원들의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의 국회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여야는 충돌했고, 결국 일부 인사는 야당의 공세 속에 낙마했다.

정부·여당이 추진한 '일자리 추경'에 야당이 반발하면서 여야 대치 전선은 더욱 가팔라졌고,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겨냥한 적폐청산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과의 갈등은 점점 더 심해졌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여야 대표 회동을 제안했으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번번이 회동을 거부하면서 협치는 더욱 멀어져만 갔다.

작년 7월과 9월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와의 회동은 제1야당의 홍 대표가 불참한 상황에서 진행됐다.

청와대가 여야 대표를 초청한 회동에 홍 대표가 참석한 것은 올해 3월이 처음이었고 이어 4월에는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가 따로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회동에서는 문 대통령과 홍 대표가 정국 현안마다 입장차를 보이며 대립했고, 문 대통령과 홍 대표의 회담도 '서로 할 말만 한 자리'로 간주되며 협치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부·여당이 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초당적인 태도를 앞세우는 상황에서 홍 대표가 '위장평화 쇼'라며 비판 일색으로 나선 것도 협치 부재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재인정부 1년] 한국형 협치는 신기루일까… 공과 평가도 극과극
협치가 겉돌면서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제안한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는 아직 구성조차 되지 못했다.

문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6월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투표의 무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등 핵심 과제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것도 협치가 난항을 겪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여야 대립 속에 지난해 9월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초유의 사태는 협치 부재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여당 내부에서도 협치 부분에선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가 망가진 나라를 물려받은 상태에서 1년간 국정 운영을 성공적으로 했으나 높은 지지율로 청와대 주도의 정국이 이어졌다"면서 "법안 통과 실적 등을 볼 때 협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1년] 한국형 협치는 신기루일까… 공과 평가도 극과극
그러나 애초 이와 같은 한국형 협치는 판타지 같은 목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 연립정부가 일상화한 의회중심제 또는 의원내각제 국가가 아니다.

따라서 과거 김대중-김종필의 DJP 공동정부처럼 아예 정당들이 연합을 통해 연정을 구성하지 않은 경우라면, 정부·여당이 그때그때 사안별로 정당, 그중에도 특히 야당과 공조하거나 협력하는 것이 협치의 근간을 이루는 구조다.

그래서 지금처럼 남북관계 등 여야 간에 이념적으로 의견이 크게 갈리는 의제와 현안이 뒤섞인 상황에서 그런 협력을 기대하며 정부·여당의 의제를 매번 관철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는 정당지지율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국회의석 배분 제도, 그리고 이에 맞물려 탄생한 한국형 다당제의 한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환경 아래에서 협력정치가 미흡하다고 할 때 그 책임의 크기는 아무래도 권력을 더 가진 여권 쪽이 더 떠안는 게 미덕이기 마련이다.

공동정부 같은 안정적 틀을 가지지 않은 처지라면 야권에, 나아가 같은 색깔의 범여권 정당들에까지 수시로 다가가 대화하고 타협해야 하는 숙명이 따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최고의 타협자이자 소통자이자 중재자로서 대통령이 자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고 야당은 협치 악화의 책임을 비켜갈 수 있는가.

역시 그것도 아니다.

야권은 반대할 것은 반대해야 하겠지만, 상당수 여론이 호응하는 남북정상회담 같은 의제에는 초당적으로 접근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일부 정치학자들은 여야가 이런저런 국정과제와 인사 현안을 두고 서로 양보할 건 양보하고 인정할 건 인정하며 존중할 건 존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상호 관용'과 '제도적 인내'를 강조한다.

이처럼 협치가 난망했던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에 여당은 전반적으로 성공적이었다며 높은 점수를 줬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문 대통령이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1년을 매진한 것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높은 지지율로 나타났다"며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평화 정착에 크게 기여한 점에 모두가 환호와 지지를 보냈고, 경제성장과 관련한 수치들이 높아지는 점 역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 사회 전반에 걸친 대개조 작업에도 문재인 정부의 노력은 도드라졌다"며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벌어진 적폐를 청산하고 권력기관을 제자리로 돌리는 노력은 앞으로도 중단없이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당은 낮은 점수를 매겼다.

한국당은 특히 민생·경제 분야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최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낙마까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인사참사를 기록했다"며 "일자리 정부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청년실업률은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으며 급격한 최저임금의 인상은 영세자영업자들을 길거리에 나앉게 만들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도 남북관계와 외교 성과는 인정하지만, 민생·경제 등에선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대변인은 "실업률이 계속 높아지고 일자리 창출도 전혀 성과가 없고, 경제는 전 세계가 호전되는데 우리만 역행했다"며 "미세먼지 문제, 교육정책 엇박자 등 정부가 책임지고 일해야 하는 사안에서 정부가 주도해 나가는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