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번 방중 때 항공편을 이용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 전용기에 탑승해 다롄으로 직행했다.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전용열차를 이용한 지난 3월 말 방중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정은이 ‘비행기 외교’에 시동을 건 것은 방중 일정과 지리적 여건 때문으로 분석된다. 회담 일정이 급히 정해지다 보니 신속한 이동 수단으로 항공편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다롄이 랴오둥반도 남단에 있어 열차로 이동하기 어렵다는 지리적 특성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종의 예행연습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싱가포르가 유력 회담 후보지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시험삼아 비행기 외교를 했다는 설명이다. 김정은은 그동안 대형 전용기나 경비행기를 타고 지방 시찰을 다녔다. 2014년과 2015년 공군 지휘관들의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참관할 때 전용기를 타고 대회가 열리는 비행장을 찾았다. 2016년 2월 ‘광명성 4호’ 위성 발사 때에도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해 동창리 발사장으로 이동했다. 북한 TV에선 김정은이 직접 경비행기를 조종해 하늘을 나는 영상도 여러 차례 공개되기도 했다.

김정은의 ‘항공기 사랑’은 30대의 젊은 나이와 개방적인 성격, 스위스 유학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행기로 해외를 다니던 김일성 주석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비해 김정일은 일명 ‘1호 열차’로 불리는 전용 열차를 애용했다. 1994년 집권 후 2011년 사망할 때까지 북한 국경을 넘어간 횟수가 7번이었는데 모두 열차를 탔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