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8일 국회 정상화를 위한 협상을 수차례 진행하며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전날에 비해 이견은 다소 좁혀졌으나 특검 추천 방식과 추가경정예산안 동시 처리 여부를 둘러싼 갈등으로 진통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장실, 의원회관 등 장소를 바꿔 가면서 회동을 이어갔다. 여야는 막판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채 오후 예정된 각 당의 긴급 의원총회를 수차례 미루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주재한 비공개 회동이 끝난 뒤 “추경안을 심의해 이견은 이견대로 처리하자”며 원안에서 한발짝 물러섰다. 김성태 한국당 대표는 1차 회동 직후 ‘협상 결렬이냐’는 질문에 “추가로 해봐야 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여야는 전날 민주당이 내놓은 드루킹 특검의 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민주당은 드루킹 특검과 추경안의 동시 처리를 고수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건 없는 특검을 도입하라”고 맞받아쳤다. 여야 간 협상이 길어지면서 바른미래당은 전날 “침낭을 준비하라”는 지침을 내린 데 이어 이날 철야 농성 준비에 들어갔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소속 의원 전원은 오늘밤 본관 245호실에서 철야농성하며 당의 의지를 모아 나가고, 이후 대국민 서명운동과 문재인 정부 규탄대회 등을 순차적으로 할 것이다”는 내용의 문자를 전달했다.

9일부터 멕시코 캐나다 순방 일정이 예정돼 있는 정 의장은 해외 출장 일정을 취소하거나 단축하는 방안까지 열어두고 여야를 압박했다. 정 의장은 이날 여야 정례회동에서 “협상 타결이 안 되면 나부터 4월 세비를 반납하고 앞으로 국회가 정상화될 때까지 세비를 받지 않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러면서 “오는 14일까지 광역단체장에 출마한 의원 4명의 의원직 사퇴 안건이 처리되지 않으면 내년 4월로 보궐선거가 늦어져 국민들의 참정권을 훼손할 수 있다”고 여야 원내대표를 압박했다.

여야 간 갈등으로 국회 파행 사태가 40일 넘도록 지속되면서 국회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하지 않는 국회를 차라리 해산하고 재선거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등 국회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