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리 사무총장, 8∼11일 취임 후 첫 북한 공식 방문
북미정상회담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실상 전달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데이비드 비슬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이 8∼11일 북한을 공식 방문한다.

WFP는 비슬리 사무총장이 공식 방문 기간 평양에서 북한 고위 관리들을 만나고, 현지 보육 시설과 유치원 등에서 WFP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식량지원 활동, 북한의 기아 상황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8일 발표했다.

작년 4월 취임한 비슬리 총장이 북한을 찾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날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마련된 남북 관계 진전 속에 최근 적극적으로 대외 행보를 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때, 전통적으로 북한 식량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제기구인 WFP의 수장을 직접 대면, 인도적 식량 지원 확대를 요청할 개연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방북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도 접견해 북한의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를 약속했다.

WFP는 비슬리 총장의 이번 방북은 동아시아 순방 계획의 일환이며, 그가 북한과 함께 한국, 중국, 일본 등도 함께 둘러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비슬리 총장은 작년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비슬리 총장은 북한으로 떠나기 전 "WFP는 북한에서 20년 이상 활동하며 북한의 식량 안보를 증강하고, 여성과 어린이들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일을 도와왔다"며 "이번 주 북한에서 학교와 보육원들을 찾아 WFP가 지원하는 엄마들과 어린이들을 만나고, 현재 예산 부족에 처해있는 지원 사업의 실태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WFP는 매달 북한에서 여성과 영유아 65만명에게 영양 성분이 강화된 곡물과 비스킷 등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목표를 일부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WFP 아시아태평양지역 사무소의 실케 버 대변인은 작년 WFP가 북한에 지원한 식량 총량은 2만1천777t으로, 1996년 이후 최소 규모라고 최근 밝힌 바 있다.

WFP의 대북 지원 규모가 감소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모금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WFP가 최근 공개한 국가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1천만 명 이상이 영양부족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WFP는 이 보고서에서 북한에 만성적인 식량부족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올해 봄 북한 중앙통계국과 공동으로 북한의 식량안보에 대한 설문 조사를 진행할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편, 1995∼1999년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정치인 출신인 비슬리 사무총장은 지난 미국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인물로, 이에 대한 보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WFP 수장으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WFP 최대 공여국으로 WFP에 대한 입김이 세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비슬리 사무총장의 이번 방북은 곧 열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비록 식량안보에 국한된 정보이긴 하겠지만, 북한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가감 없이 전달할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도 전망된다.

비슬리 총장은 작년 11월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가뭄과 기아가 심각한 북한을 방문해 북한에 접근할 권한을 확대해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북한 방문 의사를 일찌감치 내비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