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은 관계의 문제…비핵화·평화정착 '되돌릴 수 없는 수준' 빨리 도달해야"

김연철 신임 통일연구원장은 "남북관계의 성격이 달라지고 평화정착이 이뤄지면 비핵화의 속도도 빨라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원장은 3일 서울 서초구 통일연구원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핵 문제는 단순히 무기의 문제가 아니고 관계의 문제"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과 관련, 신속한 이행에 남북 정상의 '공감대'가 있다는 점이 이전 선언들과 다르다며 "약속 이후 이행의 속도와 규모를 지켜본다면 합의문 문구의 생명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김 원장은 이번 선언에 담긴 남북 간 적대 행위 중단 등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을 통해 '사실상의 평화'를 구축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종전선언을 어떻게 하느냐, 평화협정을 어떻게 맺느냐는 '법적인 평화'다.

그만큼 중요한 것은 평화를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라며 "군사적 신뢰 구축의 전반적인 내용이 중요하고, 결국 그것이 이뤄지면 평화협정의 수준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북미정상회담 등에서 논의될 비핵화 및 평화정착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종의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신속하게 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임기 내에 이를 최대한 달성하는 것이 과제라고 진단했다.

정상회담 이후에는 결국 실무회담을 열어 구체적인 방법론을 갖고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정상회담과 실무회담이 너무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최근 논란이 된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평화협정과 주한미군은 별개"라고 단언하면서 "북한이 선전 차원에서 하는 주장과 협상장에 나와서 하는 이야기는 다르다.

주한미군 철수 같은 주장은 선전(차원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환영 만찬에 참석했던 김 원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우리 쪽 참석자들이 헤드테이블에 가서 인사하고 술을 권하면 항상 일어서서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모습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이 엿보였다"고 인상을 전했다.

북한이 최근 핵·경제 병진노선 종료를 선언했지만, 정말 전략적 방향을 선회한 것인지 여전히 의구심이 있다는 지적에는 "최근의 변화가 아니다.

김정은 체제에 들어오면서 시작된 큰 변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김 원장은 답했다.

김정은 체제는 ▲ 절차적 정당성 강조 등 국정운영의 정상화 ▲ 농업·기업 등 분야에서의 경제개혁 ▲ 경제 문제에 대한 정책적 우선순위 등 세 가지 차원에서 과거와 다르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륙과 해양의 '다리'로서 북한이 지닐 수 있는 경제적 가치를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다리로서 북한의 경제적 가치를 인식하면 비핵화의 속도도 훨씬 빨라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견해도 밝혔다.

지난달 취임한 그는 앞으로 국책연구기관으로서 통일연구원이 한반도 현실의 속도감 있는 변화를 잘 '해설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울러 통일 문제와 관련한 남북 간 공동연구 등의 필요성을 정상회담 만찬장에서 북측 관계자들에게 제안했다고 전하고, "혹시 방북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의 해당하는 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할 계획을 추진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수석연구원, 북한연구학회 편집위원장,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다.

2004∼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지난달 13일 임기 3년의 통일연구원장에 취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