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내 공천권을 둘러싼 안철수계와 유승민계의 갈등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발단은 서울 노원병, 송파을 등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권을 두고 벌어진 예비후보자 간 경쟁이지만, 국민의당·바른정당 간 합당 과정에서 봉합했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양측이 한 집안이라고 하기 어려울 만큼 험한 말까지 주고받으면서 6·13 지방선거 전후로 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내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승민 공동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이준석 노원병 당협위원장은 지난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직접 나를 찾아와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신청을 포기하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안 후보가 지난달 24일 서울 상계동의 한 카페에서 이 위원장과 만나 “출마를 포기하고 자신의 선거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아달라”고 말한 사실이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이를 인정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내 분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안 후보와의) 면담 사실을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후보의 대변인 제안은 진정성이 없다”며 “대변인 제안은 출마를 막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안 후보 측이 이 위원장과 라이벌 격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예비후보)를 측면 지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 후보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지난 1일 김 교수와 함께 선거지역을 다니는 모습이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지면서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김근식·김미경 교수가) 서로 (잘 아는) 지인이어서 만난 것이고 선거 유세를 한 것도 아니다”며 “마치 옛날의 민간인 사찰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과의 회동 사실에 대해서도 “저와 만난 이야기는 절반 정도만 공개한 것 같다”며 사퇴 종용이 대화의 전부가 아니었음을 시사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다른 절반이 있다면 공개하시라”며 “민간인 사찰 얘기는 어안이 벙벙하다”고 대꾸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의 각축전은 안 후보와 이 위원장이 과거 20대 총선 당시 노원병에서 맞붙은 구원(舊怨)이 남아있다는 배경만으론 설명이 안 된다”며 “유 공동대표를 필두로 한 바른정당 출신 당직자들이 당직 안배와 공천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