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핵전략 자산 갖지 않는 한반도 비핵지대화가 안보 도움"
"김정은, 개방·목표지향적 리더십…빠른 비핵화 일정 동의가능성"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3일 "북한의 비핵화 이후에 주한미군이 핵전략 자산을 갖지 않고 한반도에 핵무기와 관련된 전략자산도 전개하지 않는 것이 전제되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비전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주최로 열린 외교안보포럼 기조발제를 통해 "한반도 비핵지대화는 우리 안보 개선에도 도움이 되고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이 실체화될 때도 완화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9·19 공동성명 상의 동북아 다자협력 워킹그룹을 거론한 뒤 "동북아 안보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공동 안보를 지향하는 동북아 다자 안보협력을 추구하고 실현해야 한다"면서 "남북 경제협력을 활성화하고 남북경제 공동체 형성까지 가는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주도적 역할을 계속해나가야 하며 앞으로는 남북 공동협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성과가 문재인 대통령의 개인 역량에 대부분 의존했는데 이 힘을 확대·발전하려면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를 반영하도록 외교안보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 발전인데, 제재 해제가 긴 시간을 두고 이뤄지면 북한이 진행 중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년)의 성공적인 수행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종료와 겹치는 2020년 전에 경제 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빠른 비핵화 일정에 동의하지 않을까 판단해본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북미정상회담도 김 위원장이 결단해 미국에 어느 정도 과감하게 비핵화와 관련해 내놓을 것이 있을 수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트럼프 맞춤형 제안'을 준비해 사전에 일정한 조율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곧 있을 북미정상회담에서 최소한 실망하지 않을 만큼의 타결이 있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했던 그는 "당일 만찬에 참석해서 느낀 소감으로 더 낙관적 생각을 갖게 됐다"고 밝히고 "김 위원장이 제 예상보다 훨씬 의지가 강하고 합의의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판문점 선언의 이행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허장성세형 약속을 내놓고 안 지켜도 뒤돌아보지 않는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은 과제를 제시하면 꼭 점검하는 목표지향적 리더십"이라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김정일과 달리 실용주의적이고 개방 지향적으로 국제 스탠더드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국가상과 관련, "새로운 안전보장 체계의 수립을 원하는 것 같다"면서 "북미 수교 평화 협정, 남북관계 정상화, 전통적 북중관계 복원 등 새로운 체계를 마련하고 북한 주민들에게 왜 핵 포기하고 이거 마련했느냐 하면서 제시할 것이 경제부국"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올 초부터 남북한의 군사 긴장 완화에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면서 "비핵화 측면에서 경제성장 전략을 선택했다면 안보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머릿속에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 밖에 "지금 북한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갖고 있다고 선언하지 않았다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회담에 나왔을지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포럼 발제자로 참석한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해 한반도 비핵화 5대 조건에서 '남조선에서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를 선포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을 언급하며 "북한이 자신들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포기한다면 주한미군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하고 철수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석 "북한의 비핵화 이후 한반도 비핵지대화 비전 정립해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