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용호 외무상 이어 김정은 위원장 만날듯…시진핑 방북도 조율
中외교부 "북중 관계ㆍ한반도 정세 논의할 것"


북미정상회담이 몇 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북한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북했다.

중국 외교부 등에 따르면 왕이 국무위원은 2일 오전 9시께(현지시간)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전용기 편으로 평양으로 떠났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연합뉴스 기자가 왕이 국무위원의 방북 목적을 묻자 "북중 양측이 양국 최고지도자의 공동 인식을 실천하고 고위급 교류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중대한 조치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양측은 북중 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방문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초청에 따른 것으로 왕이 국무위원은 오는 3일까지 평양에 머무는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이번 방북은 남북정상회담 직후이자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이뤄지는 것으로,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북한 측의 설명과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될 비핵화·평화체제 등의 문제와 관련한 북중 간 소통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왕이 국무위원은 북한을 상대로 중국을 포함하는 4자회담 개최를 통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은 지난달 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종전에 이어 정전협정에서 평화협정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남북한과 미국 3자 또는 중국이 포함되는 4자 회담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베이징 소식통은 "왕이 국무위원의 이번 방북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남북한과 미국뿐만 아니라 정전협정 당사국인 중국도 빠져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왕이 국무위원은 이번 방북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답방도 자세히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시 주석은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회동한 자리에서 평양 방문에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바 있으며, 중국 매체들은 북미정상회담 직후 시 주석의 방북이 유력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 소식통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큰 성과가 나올 경우 시진핑 주석이 북한뿐만 아니라 남북한을 동시 답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즈강(달<竹 밑에 旦>志剛) 헤이룽장(黑龍江) 성 사회과학원 동북아연구소장은 "왕이 국무위원의 방북을 통해 북한은 중국에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어떻게 협상할지를 설명해 중국의 오해를 없애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 소장은 "외교 관례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에 대표를 보내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게 맞는데 오히려 왕이 국무위원이 평양에 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는 북측에서 중국 국무위원급의 방문을 요청할 만큼 중요한 현안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왕이 국무위원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남북한의 관계 개선 또한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북한과 미국이 순조롭게 대화를 진행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를 바란다"며 "중국은 북한과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리용호 외무상은 이에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인 의의는 중대하다"며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문제에 있어 중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대화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