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회에서 대통령 개헌안 발의가 무산되자 개헌안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법률 개정안 카드를 들고나왔다. 그 첫 단계로 현행 만 19세 이상인 선거권 부여 나이를 만 18세로 낮추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일 “국민참정권 확대라는 청와대 개헌안 취지에 맞게 선거권 부여 연령을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달 말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시도한 6월 개헌은 무산됐지만 제도와 정책 변화를 통해 개헌안에 담긴 과제를 실현하겠다는 설명이다.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이와 관련, 이날 청와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내놓은 ‘정부 개헌안 지지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정부는 제도와 정책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며 국민주권을 향상시켜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달 말까지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선거법 개정은 이 같은 계획의 일환인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안을 발의하면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호 등 기본권 확대, 선거 연령 18세 하향과 국민 참여 확대 등 국민주권 강화, 지방재정 등 지방분권 확대, 3권분립 강화 등 대통령과 정부의 권한 축소를 감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공직선거법 15조는 ‘19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 및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청와대는 대통령 개헌안을 추진하면서 ‘18세 이상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제25조)’고 못박았다. 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다.

세계적으로 선거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 만 18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는 상황도 고려됐다.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선거권 연령을 두고 불필요한 정쟁을 피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이에 따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 연령 하향 조정을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야당은 교육 현장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선거 연령을 낮추는 데 반대하고 있다.

공무원 노동3권 보장(국가공무원법), 노사 대등 원칙 강화(근로기준법) 등도 법률 개정을 통해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정부 부처별로 개헌안을 토대로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을 취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무산되자 청와대가 지방선거에서 여권이 ‘준(準)개헌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