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판문점 선언’ 이후 수도권 경기 북부와 인천 북부해안권 등 이른바 ‘안보보수벨트’ 유권자의 표심이 출렁이고 있다. 경기·인천 접경지는 2014년 ‘세월호 사건’ 직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남경필 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을 당선시킬 정도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하지만 남북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기·인천이 통일경제특구 및 비무장지대(DMZ) 관광특구 등 남북 경제협력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급부상하면서 보수 유권자의 표심이 동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남북 화해모드로 경기·인천 북부지역 안보 전선이 약화되고 안보에 관해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수도권 20대층 표심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철옹성’ 안보벨트 표심 바뀌나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지방선거에서 김진표 민주당 후보는 경기 수원·성남·광명 등 서울과 가까운 수도권 남부벨트에서 앞섰지만 경기 파주·김포시, 연천군 등 접경지역에서 밀려 남 지사에게 패했다. 남 지사는 보수 성향이 강한 연천, 포천, 양평, 가평 등 경기북부 접경지역에서 김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2014년 두 후보의 격차는 0.8%포인트인 4만3000표에 불과했다.

인천도 접경지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 2014년 유정복 새누리당 후보는 61만5077표를 받아 59만3555표를 얻은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2만1522표 차로 눌렀다. 북한과 지근거리에 있는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백령도) 등의 압도적 지지가 승인이었다. 접경지역에서 경쟁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섰다.

당시 유 후보는 강화군에서 2만4762표를 얻었으나 송 후보는 1만1854표에 그쳤다. 옹진군에서는 유 후보와 송 후보가 각각 8722표, 4027표로 크게 갈렸다. 이들 두 지역 표 차이가 두 후보 간 전체 득표 격차의 82%를 차지하며 사실상 승패를 갈랐다.

수도권 보수 야당 후보들의 ‘고민’

전통적으로 보수정당에 ‘콘크리트 지지’를 보내온 경기 북부와 인천 북부해양권 지역이 과거와 같은 표심을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여론조사 기관 알앤써치가 발표한 5월 첫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에서도 남북 정상회담 성과에 대해 긍정평가는 76%에 달했다. 부정 평가는 18.1%를 기록했다. 지역적으로 보면 보수적인 대구·경북(TK)에서도 긍정 평가가 65%로 부정 평가(33.3%)를 크게 앞섰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긍정, 부정 평가가 각각 77.1%, 18.3%를 차지했다.

접경지 광역단체장인 남 지사와 유 시장이 최근 홍준표 한국당 대표의 ‘위장 평화쇼’를 비판하며 거리를 두는 행보를 이어가는 것도 이 같은 표심의 변화 때문이란 분석이다. 수도권 한국당 광역단체장들이 앞다퉈 경제협력 방안을 내놓는 것 역시 남북화해를 통한 개발 효과를 바라는 안보벨트 유권자의 숙원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일 홍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는 남 지사는 이날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라는 한국당의 슬로건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이 슬로건은 그 함의를 떠나 국민의 보편적 인식과 거리가 멀다”며 사실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