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회의장이 30일 국회에서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정례회동을 했다. 왼쪽부터 김동철 바른미래당,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노회찬 평화와 정의 원내대표.  /김범준 기자 bjk@hankyung.com
정세균 국회의장이 30일 국회에서 여야 4개 교섭단체 원내대표들과 정례회동을 했다. 왼쪽부터 김동철 바른미래당,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 의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노회찬 평화와 정의 원내대표. /김범준 기자 bjk@hankyung.com
4월 임시국회가 본회의 한 번 열어보지 못한 채 1일 회기를 마친다. ‘드루킹 특검’, 방송법 처리 등을 놓고 여야가 기싸움만 하다가 한 달여의 임시국회 일정을 송두리째 날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여야는 자유한국당이 단독으로 소집을 요구한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놓고 30일 마주앉았으나 이 역시 빈손으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은 “홍문종·염동열 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해 한국당이 ‘방탄국회’를 소집했다”고 날을 세웠고, 한국당은 “여당이 김경수 의원을 지키기 위해 특검을 막아 국회가 파행하고 있다”고 맞섰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달라지지 않으면 국민이 국회를 그냥 두지 않을 것 같다”며 ‘작동 불능’의 국회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정세균 “국민이 그냥 두지 않을 것”

우원식 민주당, 김성태 한국당,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와 교섭단체 의원모임 평화와 정의의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정 의장 주재로 정례 원내대표 회동을 했지만 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실패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은 이달 내내 국회를 보이콧했고, 이젠 자신들이 소집한 5월 임시국회마저 거부하고 있다”며 “국회 회기를 계속 이어가 홍·염 의원의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국회’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지난 27일 국회 사무처에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헌법 제47조 제1항에 따르면 ‘임시국회는 대통령 또는 국회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에 의하여 집회된다’고 규정한다.

현재 국회 재적의원은 293명으로 74명 이상(한국당 116석)이면 임시국회를 열 수 있다. 이에 따라 두 의원은 국회의원에게 ‘회기 중’ 부여하는 불체포 특권이 연장됐다.

김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5월 임시국회는 드루킹 특검 도입을 위해 요구한 것”이라며 “여당이 김경수 의원을 감싸지 않고 특검을 받아들인다면 추가경정예산안과 국민투표법 등 현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 의장은 “국민이 국회를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하면 민망하다”며 “5월 국회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국회를 그냥 두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판문점 선언 놓고도 충돌

여야는 남북한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을 놓고도 평행선을 달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역사적 판문점 선언을 차질 없이 이행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나갈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가 올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숱한 정치적 수사들로 포장했지만 북핵이 폐기된 것도,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해 문을 연 것도 아니다”며 “민주당이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특검을 수용하지 않기 위해) 정국을 호도하려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문제에 대해서도 충돌했다.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 선언이 불가역적이며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한 제반 제도화가 필요하다”며 국회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은 대통령이 사인해서 비준하고 이제 와서 국회에 비준 동의를 해달라고 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동의도 안 받고 비준 선언을 하느냐”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당분간 여야가 기싸움을 벌이지만 마냥 임시국회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당으로선 당장 시급한 추경안 처리 문제가 남아있는 데다 정부 개헌안도 문재인 대통령이 철회하지 않으면 오는 24일까지 국회에서 의결해야 한다. 민주당은 추경 처리 등을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 개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방탄국회’ 오명을 피하면서 드루킹 특검 공세를 이어가기 위해 국회 정상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