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폭탄 주고받던 북미정상, 회담 앞두고 '부드러워졌다'
트럼프 대통령 "김 위원장, 매우 많이 열려있고 매우 훌륭하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지난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에 대해 했다는 이 발언은 불과 3∼4개월 전만 해도 생각지 못했던 말이다.
29일 청와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새해 첫날 신년사에서 "핵단추가 책상 위에 놓여있다"며 미국을 향한 핵 위협을 고조시켰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튿날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았다.
이렇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수차례 '말폭탄'을 주고받았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맞물려 두 지도자의 호전적인 언행은 실제 우발적인 군사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고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감도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는 김 위원장을 "로켓맨"으로 부르며 "로켓맨은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임무'를 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맞서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직접 발표한 성명에서 '노망난 늙은이', '불망나니', '깡패' 등의 표현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린 사람을 얕잡아 보는 듯한 '리틀(little)'이라는 단어를 붙여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이라고 부르기시작했다.
11월에는 '정신병자'를 뜻하는 "병든 강아지"란 말도 등장했다.
또 "나는 김정은에게 '작고 뚱뚱하다'고 하지 않는데 그는 왜 나를 '늙었다'고 모욕하는가"라고 비꼬며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렇듯 벼랑 끝에서 대치하는 것 같았던 두 사람의 언행을 보면 지금의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머쓱해질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많이 열려있고, 매우 훌륭하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매우 좋은 논의들을 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또 지난 18일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 국무장관 지명자는 김 위원장의 면담을 두고서는 "훌륭한 만남"이라며 "면담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고 좋은 관계가 형성됐다"고 호평했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부드러운 말씨'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에 열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로 배려하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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