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준비위 '이행 추진위'로 개편…정상회담 성과 미국과 공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판문점 선언'에 고스란히 담았다.

판문점 선언이 두 정상 간 일시적인 합의나 말 뿐의 약속에 그치지 않고, 정권교체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지속해서 추진될 수 있으려면 법적 근거와 절차에 따른 후속조치가 필수다.

청와대는 우선 판문점 선언을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제21조에 따라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에 관한 법적인 절차를 거쳐 발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판문점 선언은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비준에 이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은 뒤 국민에게 공포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청와대는 국회 동의 여부에 대해 추후 법제처 등 관련 부처 간 검토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자칫 국회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양 정상 간 소중한 역사적 합의가 여야의 정쟁 대상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당장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판문점 선언 발표 직후 논평 등을 통해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 북한의 요구사항만 들어준 알맹이 없는 회담"이라며 평가절하해 향후 국회 동의를 얻는 과정이 녹록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남은 절차는… 대통령 비준→국회 동의→공포 순
청와대는 이 같은 절차를 밟는 것과는 별도로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남북 간 교류를 실현하기 위해 기존의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를 '남북정상선언 이행추진위원회'로 개편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분야별 후속조치 계획을 세워 단기적 사항의 경우 즉시 이행에 착수하고, 중장기적 사항은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에 반영해 국회에 보고한 뒤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북한 측과 협의해 남북장성급 군사회담, 남북적십자회담 등 후속 회담을 개최하고, 남북고위급회담을 열어 판문점선언 이행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다.

남북 정상은 이번 판문점 선언에 '남과 북은 고위급 회담을 비롯한 각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이른 시일 안에 개최해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문제들을 실천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같은 후속 절차 추진에는 국회와 국민 여론의 지지가 필요하다.

청와대는 이번 회담 결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와 정당 주요 인사들을 상대로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 초당적인 지지와 협력을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이번 회담에 참여한 공식 수행원 등이 회담의 성과와 의미, 나아가 향후 계획까지 직접 언론과 전문가 그룹에 설명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 확보 노력도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정상들과 국제사회 지도급 인사들에게 조만간 전화를 걸어 이번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상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필요하다면 미국·중국·일본 등 관련국에 고위급 특사도 파견해 이번 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후속조치 방향도 조율한다.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의 '화룡점정'이 될 것으로 점쳐지는 북미정상회담이 뒤이어 개최되는 만큼,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의 논의 내용과 성과를 빠른 시일 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유할 예정이다.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한미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북미가 원만한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할 계획이다.

청와대 측은 "남북·한미·북미 등 '삼각 대화 채널'을 활발하게 가동해 북미 간 합의 과정을 지원할 것"이라며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와 의회·정부 주요 인사 등을 대상으로 공공외교를 추진해 이번 합의에 대한 이해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