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오전, 오후 회담을 가진 뒤 '판문점 선언'이라는 결과물을 도출해 냈다.

이 선언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실현하고, 올해 종전선언을 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내용이 담겨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숨가쁘게 돌아간 판문점에서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첫 악수를 나누던 순간부터 만찬까지 회담과 관련해 나눈 말들을 모아봤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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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대화

文 "어서오세요"
金 "대통령이 직접 나와 환대해줘 고맙습니다"

▲ 설렘과 용단

金 "아니, 정말 마음 설렘이 그치지 않습니다. 이 역사적인 장소에서 만나니까. 또 문 대통령께서 이렇게 판문점 분계선까지 나와 맞이해준 데 대해서 정말 감동적입니다"
文 "여기까지 온 것은 위원장님의 아주 큰 용단이었습니다"

▲ 김정은의 돌발행동

金 "북쪽으로 지금 넘어가 볼까요?"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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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장대 사열

文“오늘 보여준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습니다. 청와대에 오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金 "대통령께서 초청해주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습니다"

▲문 대통령의 제안

文 "(양측 수행원 인사 후 예정에 없던 깜짝 기념 촬영을 제안하며)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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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집 1층 환담장에서

文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습니까"

金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서 왔습니다. 대통령께서도 아침에 일찍 출발하셨겠습니다"

文 "저는 불과 52㎞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金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보회의) 참석하시느라 새벽잠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습니다.(웃음)

文 "김 위원장이 특사단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 앞으로 발 뻗고 자겠습니다"

金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습니다. 불과 200m를 오면서 ‘왜 이리 멀어 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습니다. 원래 평양에서 대통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게 더 잘 됐습니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이 기대를 갖고 보고 있습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우리의 오늘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걸 봤습니다. 이 기회를 소중히 여겨 남북 사이에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분단선이 높지 않은데 많은 사람이 밟고 지나다 보면 없어지지 않겠습니까".

文 "오늘 판문점을 시작으로 평양과 서울, 제주도, 백두산으로 만남이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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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에 대한 대화

文 "(환담장에 걸린 박대성 화백의 ‘장백폭포’와 ‘일출봉’그림을 가리키며) 왼쪽에 장백폭포가 있고 오른쪽에 일출봉 그림이 있습니다"

金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습니다"

文 "나는 백두산에 안 가봤습니다. 중국으로 가는 분들이 많다는데 나는 북측을 통해 백두산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金 "대통령께서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게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습니다. 평창올림픽에 갔다 온 분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했습니다.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 민망스러울 수 있겠습니다"

▲ 고속철도

文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6ㆍ15, 10ㆍ4 합의서에 담겼는데 10년 세월에 그리 실천을 하지 못했습니다. 남북관계가 완전히 달라져서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습니다. 김 위원장의 큰 용단으로 10년간 끊어진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습니다"

金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짧게 걸어오며 정말 11년이나 걸렸나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11년간 못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습니다. 굳은 의지로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 못할 수 있겠나 싶습니다. 대통령을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했는데 친서와 특사로 사전에 대화해보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합니다"


▲ 김여정 부부장은 남쪽에서 스타
文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가리키며) 김 부부장은 남쪽에선 아주 스타가 됐습니다"(좌중 웃음)

文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입니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할 것입니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서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제가 시작한 지 1년 차입니다. 제 임기 내에 김 위원장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金 "김여정 부부장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 속도로 삼읍시다"

文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金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해서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습니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文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입니다. 그러면서도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돼야 합니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이 따라오게 해야 합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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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민정음 작품을 소개하며

文 "'사맛디'(서로 통하다는 뜻)의 'ㅁ(미음)'은 문재인의 미음, '맹가노니'(만들다라는 뜻)의 'ㄱ'(기역)은 김 위원장의 기역입니다"

▲ 평양냉면

金 “기대하시는 분도 많고 아무리 좋은 합의나 글이 나와도 이행되지 않으면 기대를 품었던 분들께 낙심을 주지 않게 우리가 잃어버린 11년을 아깝지 않도록 수시로 만나고 마음을 합치고 의지를 모아서 나갑시다. 만감이 교차됩니다.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출발점에 서서 신호탄을 쐈습니다. 원점에 돌아가지 않도록 마음가짐을 잘해야합니다. 미래를 지향적으로 내다봐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 평양냉면을 가져왔습니다. 멀리까지, 아 멀리란 단어를 쓰면 안 되갔구나.(웃음) 편안한 마음으로 멀리서 온 냉면을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지하고 솔직하게 반드시 필요한 얘기를 합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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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의 방명록 작성

金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


▲ 우리 두 사람 어깨가 무거워

文 "한반도의 봄을 온세계가 바랄 것이며, 전세계가 지금 이 장면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두 사람 어깨가 무겁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는 순간,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우리 대화도 통 크게 대화를 나눠 합의에 이뤄 평화를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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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정상회담 종료 후 평화의 집 1층 환담장에서

金 "제가 오늘 내려와보니까 이제 (문 대통령이 북으로)오시면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고 이렇게 하면 잘 될 것 같습니다"

文 "(웃음)그 정도는 또 남겨놓고 닥쳐서 논의하는 맛도 있어야죠"

金 "오늘 여기서 다음 계획까지 다 할 필요는 없지요"

文 "아주 오늘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아주 우리 남북의 국민들에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金 "많이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물론 이제 시작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오늘 첫 만남과 오늘 이야기된 게 발표되고 하면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기대를,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만찬 건배사

文 "내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래킹 하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참석자들 웃음) 제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보내주시겠습니까? 하지만 나에게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닌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북측에서는 건배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위하여’라고 하겠습니다.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 날을 위하여"

金 "오늘 내가 걸어서 온 여기 판문점 분리선 구역의 비좁은 길을 온 겨레가 활보하며 쉽게 오갈 수 있는 대통로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해 나가야 합니다.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많은 고심 속에 검토하시는 문 대통령님, 그리고 김정숙 여사님, 남측의 여러분들, 그리고 여기에 참가한 모든 분들의 건강을 위해서 잔을 들 것을 제안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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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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