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넥타이 문 대통령 '경청 리더십'… 뿔테안경 김정은 '강한 권력자' 강조
온화한 미소에 자신감 넘치는 문재인 대통령

상황따라 넥타이 색깔·무늬 달리해
파란 넥타이에 한반도평화 염원 담아

감색 정장에 부드러운 곡선 안경
상대방 배려하는 협상가 이미지


‘4·27 남북한 정상회담’에 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표정은 시종일관 자신감으로 충만했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라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말 속에선 한반도 평화 구상에 관한 그의 신념이 또렷이 드러났다. ‘은둔의 지도자’로 불리는 김정은의 첫 국제 무대 ‘데뷔’를 특유의 ‘경청 리더십’으로 이끌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51㎞를 달려 오전 9시께 판문점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한반도기(旗)를 상징하는 푸른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의 주도권을 남과 북이 함께 쥐어야 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를 반영하듯 문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되어야 하며,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이 따라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여준 문 대통령의 말투와 행동에서는 그의 ‘고구마’ 스타일이 묻어났다는 평가다. 고구마는 국회의원 시절 한 가지 문제에 몰입해 숙고하는 성격이 답답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문 대통령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그만큼 준비 과정에서 충분히 많은 요소를 검토해야 협상 상대를 주도할 수 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지론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도 마지막 이틀간은 아무런 일정을 잡지 않은 채 자료를 검토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고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문 대통령의 진가가 발휘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오전 9시48분, 문 대통령은 환담장 뒷벽에 걸린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 작품을 소개하며 “ㅁ은 문재인의 ㅁ, ㄱ은 김정은의 ㄱ”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정은은 웃으며 “세부에까지 신경을 쓰셨겠다”고 화답했다.

긴장한 듯 상기된 표정을 간간이 보였던 김정은과 달리 문 대통령은 만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김정은이 먼저 말을 건네면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감색 정장에 부드러운 곡선의 안경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한 패션 전문가는 “상대방을 긴장시키지 않으면서도 진지한 협상가로서의 이미지를 연출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정상회담 마무리 발언에서 회담 성과를 평가하며 “아주 오늘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아주 우리 남북의 국민들에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문장 하나에서 ‘아주’라는 단어를 세 차례나 사용했다. 만사를 준비하고, 문구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쓰는 문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올백 스타일로 당당함 드러낸 김정은 국무위원장

인민복은 사회주의 지도자 상징
'허심탄회하게'… 솔직화법 구사

방명록 쓸 땐 입술 적시며 긴장
체중 늘었지만 건강은 양호한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은둔의 지도자에서 벗어나 국제 무대에 처음으로 모습을 나타냈다. 갈색 네모 뿔테 안경을 착용한 채 줄무늬가 있는 검은색 인민복 차림이었다. 가르마를 타지 않고 전부 뒤로 빗어 넘긴 헤어 스타일도 그대로였다. 권력자로서 강인하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행사인 만큼 김정은이 어떤 옷을 입고 나올지에 남북한 정상회담 전부터 관심이 쏠렸다. 외교가에서는 김정은이 양복을 입고 나와 굳어진 공산체제와 전쟁의 이미지를 씻고, 평화를 추구하는 상징적인 모습을 나타내길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국제사회 데뷔 무대에서 선택한 것은 인민복이었다. 패션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인민복을 고른 것은 대외적으로는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한 스타일리스트는 “검은색 인민복에 세로 줄무늬를 넣어 단신 체형의 단점을 보완하고 통이 넉넉한 하의로 덩치를 커 보이게 하는 효과를 냈다”며 “갈색 네모 뿔테로 지적이면서 부드러운 인상, 지도자로서의 안정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검은색 키높이 구두를 신어 자신(170㎝)보다 키가 큰 문재인 대통령(172㎝)과 비슷하게 보이게 했다.

김정은은 말을 할 때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솔직한 화법을 사용했다. 명실상부한 북한의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미현 투비앤아카데미 원장은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등 부사와 형용사가 많은 문장을 자주 사용해 남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솔직하게 내비쳤다”고 했다.

행동과 표정에서도 당당하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군사분계선을 넘은 뒤 공식 행사장으로 이동하면서 문 대통령과 가볍게 담소를 나누며 미소를 지었다. 다만 방명록을 작성하거나 회담장으로 이동할 때는 입술을 적셔 긴장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의료인들은 김정은의 건강 상태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훨씬 양호한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과거보다는 체중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010년 후계자로 공식 추대됐을 때 체중이 90㎏ 정도였지만 매년 체중이 늘어 130㎏까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불규칙한 폭식으로 목둘레가 예전보다 두꺼워지고 얼굴이 부었지만 얼굴에 윤기가 흐르고 심리 상태가 예전보다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판문점=공동취재단/박동휘/김은정/이수빈/양병훈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