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일 열린 남북한 정상회담의 첫 대면에서부터 ‘사전 시나리오’에 없던 파격적인 장면을 잇따라 연출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이 서로 주고받듯 이뤄졌다. 최대한 성의를 다해 상대방을 배려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일각에선 남북 정상의 만남이 세계에 생중계된다는 점을 감안해 김정은이 의도적으로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해 ‘정상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를 과시하려고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깜짝 월경’ 권유한 김정은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25분 판문점 우리 측 구역인 자유의집에서 걸어나온 뒤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실(T2)과 소회의실(T3) 사이 군사분계선(MDL)에서 김정은을 기다렸다.

2분 뒤인 9시27분 김정은이 북측 판문각 정문에서 경호원 20여 명의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전용 차량을 타고 판문각 계단 아래에 바로 내릴 것이라는 예상을 깬 ‘깜짝 등장’이었다. 계단을 걸어내려올 때만 해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김정은은 MDL 앞에서 기다리던 문 대통령과 거리가 점차 좁혀지자 이내 밝게 웃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두 정상은 환한 미소로 악수를 한 뒤 가볍게 대화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안내해 폭 50㎝의 MDL을 넘어 북측 판문각을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했다. 이때 김정은이 갑자기 문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며 깜짝 방북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흔쾌히 김정은의 손을 맞잡고 MDL 북쪽으로 월경했다. 두 정상은 10여 초간 MDL 북쪽 지역에서 악수하며 잠시 대화를 하고 다시 손을 잡은 채로 남측으로 내려왔다. 문 대통령의 월경은 당초 예정에 없던 일이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오전 회담 종료 후 브리핑을 통해 파격적 장면 속에 두 정상 간 오간 대화를 소개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정은과 첫 악수를 하며 “남측으로 오셨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김정은이 MDL을 건너 남측으로 넘어온 뒤 문 대통령에게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라고 제안하면서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었다는 게 윤 수석의 설명이다.

◆“청와대에 언제든 가겠다”

두 정상은 오전 9시35분께 자유의집에서 시작된 국군의장대를 사열한 뒤 남북 공식 수행원과 함께 예정에 없던 즉석 기념촬영도 했다. 이 기념촬영은 문 대통령의 ‘깜짝 제안’으로 이뤄졌다고 윤 수석은 설명했다.

김정은이 양측 수행원들과의 인사가 끝난 뒤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을 끝내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말하자, 문 대통령이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두 정상이 앞줄에 섰고, 양측 수행원들은 앞줄과 뒷줄에 섞여 환하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했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함께 전통의장대를 사열하고 이동하는 도중 향후 청와대를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하자 김정은은 “문 대통령이 초청해주면 언제든지 청와대에 가겠다”고 말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강경민/장현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