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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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에는 이견이 없었다.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은 광경을 처음 본 초등학생부터 고향 땅 한 번 밟기가 여생의 마지막 소원인 실향민까지…. 대한민국의 필부필부는 세대, 성별, 이념을 넘어서 한마음 한뜻으로 이번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되길 희망했다.

◇ "맺힌 한 풀어달라" 이산가족·비전향 장기수 등 성과 기대

우리나라 대표적 실향민촌인 강원 속초시 아바이마을 김진국 노인회장은 "이산가족 1세대들의 소원이라면 고향에 한번 가보고 눈을 감는 것" 이라며 "한때 400명을 넘었던 아바이들이 대부분 세상을 뜨고 이제는 100명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전향적으로 개선돼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고향 방문 등 실향민들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남북정상회담] 고사리손·비전향 장기수·실향민·외국인도 '평화 기대'
함경북도 북청이 고향인 김 회장은 12살 때 월남해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터를 잡았다.

아바이마을은 6·25 때 월남한 함경도 지역 실향민들이 통일되면 고향에 돌아가려고 북한과 가까운 곳에 정착하면서 형성됐다.

비전향 장기수인 서옥렬(90·광주 북구 각화동)씨는 "마지막 소원은 북으로 가서 가족들 품에서 죽는 것이다.

죽기 전 아내와 두 아들을 꼭 만나고 싶다.

이번 정상회담이 잘 성사돼 북에 있는 가족과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서씨는 1961년 평양에 아내와 두 아들을 두고 공작원으로 남파돼 고향 집을 방문했다가 붙잡혀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29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옥고를 치르면서 만신창이가 된 몸이지만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을 품에 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무단 방북 혐의로 옥고를 치른 한상렬(67) 목사도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는 통일연대 상임대표 자격으로 2010년 6월 평양에 도착해 70일간 북한에 머물고 북한 정권을 찬양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2013년 출소했다.

한 목사는 "남북 정상이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그것을 보는 미국의 관점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 스스로 통일이 미래 유산이라고 깨닫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남북주민 의식이나 생활 양태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이 핵심인 만큼 정치가 아닌, 민간 중심으로 '생활통일 공동체' 구성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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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인·어린이·외국인도 "한반도 평화 기원" 한목소리

군사적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군 장병들도 이번 회담만큼은 소회가 남달랐다.

남북정상회담을 생방송으로 시청한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이재경(28) 중위는 "역사적인 남북회담이 개최된 것을 매우 환영하고 한반도 평화의 초석이 되길 기원한다"며 "(해군 장병들은)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같은 부대 김주년(22) 상병도 "역사상 처음 남한에서 남북정상회담하는 게 신기하지만, 긴장을 늦추지 않고 맡은 업무를 다 하겠다"고 생방송 시청 소감을 전했다.

태어나서 남북 정상의 만남을 처음 보는 어린이도 그 역사적 무게를 모르지는 않았다.

경남 거창군 창동초등학교 2학년인 백현열 군은 "엄마가 통일기도를 많이 해서 오늘 통일될 것 같다"면서 "통일되면 군대도 안 가고 전쟁도 다시 안 일어나니까 좋다고 생각한다.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잘 사는 나라가 될 것 같다"고 순진한 반응을 내놨다.

인하대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덩린웨이(아태물류학부 3학년)씨는 "양국 간 긴장이 완화해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도 예전보다 더 마음 편히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남북관계 훈풍 탈까" 경제·문화 교류 기대

경제 분야를 포함한 남북 교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충북 제천시는 2004년 북한 고성군 삼일포에 3.3㏊의 농장을 조성해 사과나무 1천600여 그루, 복숭아나무 900여 그루를 심었다.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에 농장을 조성했다.

2007년에는 사과 1천여 그루를 심은 1.7㏊ 규모의 신계사 농장을 조성하고, 제천 약초 시범포도 조성했다.

2006년과 2007년 금강산 제천사과 수확 축제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농업교류사업을 펼쳤다.

사과와 복숭아 농장 사업을 담당하는 제천시 김진한(51) 주무관은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제천시가 활발히 추진했던 농장 사업이 재개되기를 바란다"면서 "현재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사업재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만큼 통일부와 계속해서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대학생 이모(20)씨는 "우리나라 많은 젊은이가 남북통일을 절실하게 바라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통일됐을 때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며 "전쟁 상황을 끝내고 평화가 정착되면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강문수(인하대 경영학과 4학년)씨는 "남북이 대립을 끝내고 평화의 시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으로서 남북경제협력을 통한 취업의 기회가 늘고 남북한 대학생들도 상호교류할 기회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 임진각에서, 집에서 "역사적 현장 보자"…마음 설렌 국민

27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관광지에는 역사적인 현장을 목격하려는 수십 명의 관광객이 몰렸다.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은 시민과 환송객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차량이 지나자 '와' 하는 함성과 박수로 환영했다.

이들은 임진각 전망대 옥상에 설치된 망원경을 이용해 1㎞ 정도 떨어진 통일대교 남문을 통과해 판문점으로 향하는 대통령의 차량 행렬을 지켜봤다.
[남북정상회담] 고사리손·비전향 장기수·실향민·외국인도 '평화 기대'
파주시 금촌동에 거주하는 김동호(56)씨는 "대통령이 육로를 이용해 판문점으로 향하는 역사적인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임진각에 나왔다"면서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가 크게 진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시 문산읍 김순영(57·여)씨는 "대통령께서 회담장을 향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새벽에 나왔는데 통제로 인해 통일대교 입구까지는 가지 못해 아쉽다"면서 "회담을 통해 남북 협력이 잘돼 한반도의 경제가 크게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800여m의 거리를 두고 북한의 선전마을인 기정동 마을을 마주하고 있는 대성동 마을 주민 50여 명도 이른 아침부터 마을 어귀에 모여 판문점으로 향하는 대통령 일행에게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이완배 파주시 군내면 통일촌 이장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접경지 주민들은 항상 긴장감을 느끼고 불안한 생활을 해왔다"면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제주의 집에서 TV로 중계를 본 강경숙(40·여)씨는 "TV로나마 역사적 순간을 지켜보면서 함께 새로운 시대로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탈북민 유현주(39·여·2004년 탈북)씨는 "남북의 두 정상이 손을 잡을 때 굉장히 뭉클했고, 우리도 언젠가 북쪽의 가족들과 저렇게 손잡고 얼싸안을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게 됐다"면서 "이번 회담이 일회성 행사로 끝날 것이 아니라 통일까지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