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남북한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까지 성과를 내면 북한의 경제개방과 시장경제 도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기존 남북 공동사업이 재개되는 것뿐 아니라 북한의 자원과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다만 남북 경협은 북한의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CVID)’를 전제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서두르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경협은 북한의 비핵화 완료 이후 논의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며 “섣불리 경협을 얘기하면 대북 제재 공조가 허물어지고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협상력을 키우는 부작용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도 “북한의 비핵화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남북 경협의 관건”이라며 “미국과 국제기구의 사찰 및 검증에 기술적으로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기존에 중단된 사업이 풀리는 게 1단계 경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2단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구체화하는 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는 남북을 △원산과 함흥, 러시아를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수도권과 평양, 신의주, 중국을 연결하는 서해권 교통·물류 산업벨트 △비무장지대(DMZ)와 통일경제특구를 연결하는 환경·관광벨트 등 3대 축으로 묶어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조 부소장은 “신경제지도는 중국 러시아와도 연계된 계획이기 때문에 이 구상을 현실화하려면 다자 간 협력을 추진할 공동 경제협력기구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에만 충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연철 통일연구원장은 “남북 경협은 핵 폐기를 대가로 철도나 에너지부문 등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협을 해도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간이 알아서 수익을 찾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태훈/김일규/성수영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