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수 조작에 회원 아이디만 썼다던 기존 진술과 배치
경찰, 드루킹 일당 개인정보 구매·명의도용 가능성 수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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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49·구속기소)씨 일당이 일반인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구매하거나 도용해 댓글 여론조작에 활용한 정황이 경찰 수사에서 포착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5일 김씨 일당이 1월 17일 댓글조작에 활용했던 네이버 아이디 614개 가운데 일부만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1월 17일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39개의 '공감' 클릭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수사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과 네이버 아이디 614개를 이용해서 39개 댓글의 '공감' 수를 단시간 내에 최대 600여 건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일당은 경찰 조사에서 "아이디 614개는 경공모 회원들 것"이라고 진술해왔다.

경찰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일 네이버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드루킹이 운영한 '경공모', '숨은 경공모 카페', '열린 경공모 카페' 등 3개 네이버 카페의 가입자 자료 등을 넘겨받았다.

가입된 아이디 수는 경공모 770여개, 숨은 카페 540여개, 열린 카페 4천270여개 등이었고 중복 아이디를 제외한 결과 총 4천540여개의 아이디가 경공모 가입 아이디로 확인됐다.

경찰은 댓글조작 범행에 이용된 614개 아이디와 경공모 카페에 가입한 4천540여개 아이디를 대조해 '중복 인물'을 파악했다.

우선 아이디 자체가 아예 똑같은 것은 3개였다.

인적사항으로 비교해 보니 169명이 양쪽 모두에 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행에 사용된 아이디와 경공모 카페에 가입한 아이디가 같은 명의자의 것이었다는 의미다.

네이버는 한 사람이 아이디를 3개까지 만들 수 있다.

이 같은 분석 과정을 통해 경찰은 범행에 사용됐던 네이버 아이디 614개 중에서 단 202개만 경공모 회원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김씨 일당이 공감 클릭 수 조작에 경공모 회원들 아이디만 이용했다고 진술한 것과 배치되는 결과다.

만약 김씨 일당이 나머지 412개 아이디를 제3자에게 건네받아 타인 명의를 도용했거나 불법적인 경로로 개인정보를 구매했다면, 정보통신망법 혹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추가 범죄 혐의가 성립할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디를 구매하거나 도용했을 가능성도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