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참전용사 "남북정상회담 계기로 상대 겨눈 총 내려놓길"
드라코스 한국전참전용사협회 회장 "상호신뢰·형제애 회복해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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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휴전선에서 총을 들고 맞서고 있는 남북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형제의 정을 회복하길 바랍니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그리스 노병 스틸리아노스 드라코스(89·육군 예비역 소장) 씨는 24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생존해 있는 그리스 내 한국전 참전 용사 가운데 막내인 그는 현재 회원 수 1천200명에 이르는 그리스 한국전참전용사협회 회장을 맡아 그리스와 한국의 우호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포연이 자욱한 한국 땅을 밟은 드라코스 회장에겐 구순을 눈앞에 둔 현재까지도 한국전 참전 당시 겪은 일은 어제 일처럼 또렷이 남아 있다.

그는 "전우들이 한국 땅에서 피를 흘리고 산화한 기억이 생생하다"며 참혹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대한민국을 방어하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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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한 그리스는 최전선에서 전투를 수행한 육군 1대대와 공군 등 총 1만581명의 병력을 파병했다.

당시 그리스 인구가 불과 700만 명이었던 걸 고려할 때 이는 상당히 큰 규모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전에서 전사한 그리스 병사는 186명, 부상자는 610명이었다.

드라코스 회장은 "한국전은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이, 또한 평화에 대한 기약 없이 종료됐고, 양측은 여전히 휴전선에서 상대를 향해 총을 겨누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남북한의 정상회담이 서로를 향한 총구를 내려놓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가져올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리스 내 모든 참전 용사와 그 가족들이 한반도와 한민족의 미래를 규정할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주시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할 양측 지도자들이 지혜를 발휘해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정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장기화된 남북한의 대치 상황이 해결되고, 평화적인 통일을 이루기 위한 길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을 매개로 남북한 정부 상호 간 신뢰가 회복되고, 형제애를 되찾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래도 남한과 북한의 마음이 온화해질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조급히 생각하지 말고, 점진적이고 꾸준한 교류와 협력으로 평화를 정착시키길 바란다는 당부도 전했다.

그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마음 속 깊은 애정을 전하며,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한다"고 인터뷰를 맺었다.

한편, 육군 소장으로 퇴역한 드라코스 회장은 2013년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의 내한 당시 한국을 함께 찾기도 했다.

그는 당시 "전쟁의 참화 이후에 민주주의와 경제적 번영을 이룬 한국이 너무나 자랑스럽다"며 그리스 젊은이들의 희생이 한국의 발전에 기여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연합뉴스